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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때문에 희비 엇갈린 한화-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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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비 때문에 양팀의 분위기가 묘하게 엇갈렸다.

부산은 이날 오전부터 제법 세찬 비가 내렸다 그쳤다는 반복했다.

이 때문에 사직구장 곳곳에 물이 고인 곳이 많아 오후 3시부터 시작된 훈련은 실내와 외야 러닝으로 대체됐다.

오후 4시가 될 때까지 먹구름은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경기를 해야 하는데…"라며 걱정스럽게 하늘을 바라봤다.

2연패 끝에 하위팀 한화를 상대로 1승을 건진 롯데로서는 상승세를 계속 갖고 가는 게 유리하다. 게다가 롯데는 오랜 만에 부상자 없는 베스트 라인업을 짠 상태다.

오후 4시 5분이 지날 무렵 빗줄기가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다. 소나기같아 보이면서도 좀처럼 그칠 기세가 아니었다. 롯데 구단이 애써 닦아놓은 물웅덩이도 수포로 돌아갔다.

양 감독은 김재박 경기감독관의 호출을 받고 급히 덕아웃을 떠났다.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고, 롯데 선수들은 "한화 만났을 때 안타 수 늘려놔야 한다"며 하늘을 원망했다.

이 때 롯데 라커룸에 놀러왔던 한화 류현진이 세찬 빗줄기를 보더니 "우와, 경기 못하겠다"고 어린아이 마냥 깡총깡총 뛰며 한화 라커룸으로 달려갔다.

같은 시간 한화 덕아웃. 김민재 작전코치는 "순리대로 가야지. 저렇게 물이 고였는데 어떻게 경기를 하겠느냐"며 우천취소를 바랐다. 이윽고 금방 우천취소 결정이 났다는 매니저의 통보가 왔다.

한화 덕아웃은 한껏 들떠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 코치는 "이 기쁜 소식을 저쪽(롯데)에 빨리 알려줘야 한다"며 덕아웃 인터폰을 들고 몸개그를 했다.

선수들의 얼굴에서도 화색이 감돌았다. 평소와 달리 한결 여유있는 표정으로 정말 야구를 즐기는 표정이었다. 자연스럽게 농담도 이어졌다.

노재덕 한화 단장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가세했다. 훈련을 마친 뒤 웃옷을 벗어던진 장성호를 보더니 "생각보다 근육질 아니네?"라고 한마디 던졌다.

그러자 장성호는 "제가 원래 근육이 많으면 스윙할 때 몸이 안돌아가요"라고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옆에서 지켜보던 투수 장민제가 가슴을 쭉 펴며 '내가 바로 몸짱'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노 단장이 장민제에게 다시 농담을 걸었다. "장민제 선수는 식스팩 같은 게 있나보지."

이에 장민제의 대답이 노 단장의 배꼽을 쥐게 만들었다. 배에 대고 빨래를 치대는 동작을 하면서 "저는 여기서 빨래를 하잖아요. 단장님"이라고 외쳤다.

우천취소에 들뜬 한화 선수단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사이 비가 다시 잦아들더니 한동안 내리지 않았다. 롯데측은 다시 입맛을 다셨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