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한화가 11일 1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LG는 투수 김광수(30)를 한화에 내주고, 한화는 투수 유원상(25)과 양승진(24)을 LG로 보냈다. LG는 미래를, 한화는 즉시전력감을 얻었다는 평가다.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통상적으로 순위 차이가 나는 팀 간의 트레이드가 발생할 경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위권 팀이 하위권 팀으로부터 즉시전력감을 받고, 하위팀은 상위팀으로부터 유망주를 얻음으로써 다음 시즌을 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는 이 기준으로 볼 때 정반대다. LG는 4위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 뿐 아니라 포스트시즌도 대비해야 한다. 반면 한화는 11일 현재 4위 LG와 6게임차. 현실적으로 승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
하지만 양 팀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납득이 가는 트레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서 이같은 '거꾸로 트레이드'가 성사될 수 있었던 걸까.
▶야왕 한대화 감독, 4강 포기하지 않았다
한화가 김광수 카드를 선택했다는 것은 4강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한대화 감독은 "현재 불펜 필승조가 새 용병 바티스타와 박정진 뿐이다. 이 둘로는 부족하다. 여기에 김광수가 가세하면 필승조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타선과 젊은 선발진은 어느 정도 활약을 해주고 있는 만큼 불펜에 조금만 힘을 실어주면 충분히 4강 진입을 노려볼 만하다는 계산이다.
그렇다고 미래 선수 육성을 포기한 것도 아니었다. 김광수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하나 더 있었다. 한 감독은 "김광수의 나이가 이제 서른이다. 군대도 다녀왔다. 팀이 더욱 다져질 앞으로의 3~4년 동안 충분히 활약해줄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한화 리빌딩에 김광수는 충분히 어울리는 선수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유원상과 양승진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한 감독은 "유원상은 1~2년 안에 입대해야 한다. 오히려 길게 보고 키우는 차원에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며 "여러차례 기회를 줬지만 1군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양승진에 대해서는 "2군에서도 장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LG의 2가지 약점 '마무리-왼손불펜 구멍' 메워줄 카드
LG가 즉시 전력을 내보내고 미래를 위해 트레이드를 단행했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LG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완전히 다른 의미의 트레이드가 된다. 현 시점에서 LG의 가장 큰 약점인 마무리와 왼손불펜에 한정해 이야기해보자.
일단 왼손불펜이다. LG는 지난해 류택현이 은퇴하고 오상민이 방출된 후 이상열 홀로 좌완으로서 불펜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이상열은 주로 원포인트릴리프로 나서는 선수다. 이상열이 내려간 후 좌완투수가 필요할 때 대안이 없다. 때문에 LG는 다방면으로 왼손투수를 구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당장 1군에서 써먹을 수 있는 왼손투수를 내줄 팀은 없었다. 차선책으로 가능성 있는 왼손투수들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1군 무대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였던 양승진이 레이더망에 걸린 것이다. LG의 한 관계자는 "이번 트레이드의 핵심은 유원상이 아닌 양승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원상은 마무리 문제를 해결해줄 카드다. 물론 유원상이 마무리를 맡는다는 것은 아니다. 유원상이 제 컨디션을 찾아 4, 5선발 자리를 맡아주면 후반기에 박현준 또는 리즈를 마무리로 돌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오른손 불펜으로도 투입돼 최근 부진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동현을 대신할 수도 있다.
LG 관계자는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유원상은 최근 부진했지만, 선발과 불펜 모두 활용 가능한 투수다. 아직 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 양승진은 팀의 부족한 좌완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한화로 보낸 김광수에 대해서는 "현재 팀 라인업을 봤을 때 불펜요원으로서 효용이 없다"는 판단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