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부터 한달 넘게 한국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창원지검은 7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국가대표 출신 선수를 포함해 50여명이 연루됐고, 16명(군검찰 포함)이 구속 기소된 것으로 밝혀졌다. 돈에 눈이 먼 이들은 자존심을 버리고 축구팬을 배신했으며, K-리그는 '각본있는 드라마'의 무대로 전락했다.
특히 수원 삼성 공격수 최성국의 경우 수차례 거짓말로 팬을 우롱했다. 승부조작에 무관하다고 하더니, 승부조작 모의 모임에만 참석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런데 검찰 조사 결과 동료 선수에게 브로커를 소개하고, 돈을 받았으며, 승부조작에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축구팬 뿐만 아니라 전국민을 상대로 거짓말 잔치를 벌인 것이다.
그런데 최성국을 변호하기에 급급했던 수원 구단은 말이 없다. 수원은 수사 초기 최성국의 연루설이 나왔을 때부터 이를 부인했다.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에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거짓 정보를 흘렸다. 추가 소환 사실을 모르고 있으면서 마치 수사가 끝난 것처럼 언론을 호도했다. 있는 사실을 축소하기에만 급급했다. 수원이 최성국의 거짓말 잔치에 놀아났다면 한심한 일이고, 알고도 숨기려 했다면 최성국과 공범이나 마찬가지다.
구단은 선수가 진실을 말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냐며 하소연 한다. 이런 강변은 자신의 무능력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다. 선수 관리는 구단 임무의 기본 중 기본이다. 승부조작 사건이 처음 알려지고 최성국이 자진신고를 할 때까지 한달 가까운 시간이 있었다. 구단이 사태 파악을 하는데 충분한 시간이다.
선수의 말만 믿고 뒷짐을 지고 있었다면 직무유기다. 진실을 알고도 최성국의 가담 사실이 묻히기를 바랐다면 도덕적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수원이 군소 구단이 아닌, K-리그를 선도해 온 명문 클럽이기에 더욱 실망스럽다. 최성국 자진신고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축구인이 많다. 요행을 바라면서 지켜보다가 수사 압박이 오자 자진신고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수원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도 마찬가지다. K-리그 근간을 뒤흔든 승부조작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구단 관계자, 감독이 보이지 않는다.
프로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열어 연루 선수들의 징계수위를 정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선수 제명의 기준을 구속 기소 여부로 삼겠다는 얘기가 들린다. 자진신고를 한 선수는 어떤 형식으로든 선처를 하겠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은 연루 선수가 50명이든 100명이든 일벌백계해 승부조작의 뿌리를 뽑겠다고 공표한 프로연맹의 당초 발표에 반하는 것이다. 연루된 선수는 금액이나 구속 기소 여부에 상관없이 다시는 축구판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온정론에 밀려 물러선다면 한국축구의 미래는 없다. 자신신고자에 대한 선처는 사법 처리 과정에 반영되면 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