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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한 번 시작된 악연 빠져나올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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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가담하게 되면 전주와 연결된 조직폭력배 등으로부터 승부조작 사실을 폭로한다는 협박을 받아 다음 경기에서도 다시 승부조작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프로축구 승부조작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의 7일 수사 결과 발표 내용이다. 창원지검에 따르면 승부조작은 인맥으로부터 시작됐다. 전·현직 선수로 연결된 인맥부터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까지 인맥도는 다양하다. 한 번 시작된 인연은 선수들을 나락으로 몰고갔다. 발을 들여놓은 이상 승부조작에서 빠져 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승부조작에 처음 가담하게 되면 거액을 두둑하게 챙긴다. 지난해 8월 29일 정규리그 부산-전남전(3대5 전남 패)의 승부조작 경기에 연루된 전남 선수들은 1000~3000만원까지 받았다.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이 생긴다. 그러나 두번째 승부조작 경기인 같은해 9월 18일 울산-전남(0대3 전남 패)에서 이들은 각각 300~425만원을 받았다. 이렇듯 대부분 복수 경기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은 두번째 승부조작부터 적은 금액으로도 움직이게 됐다. 불만을 표시할 수도 없다. 승부조작에서 빠지겠다고 해도 조직폭력배들의 협박이 이어졌다. 이날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된 46명 중 20명이 2경기 이상 승부조작에 연루됐다. 브로커들이 같이 일했던 선수들을 계속 찾아가 승부조작을 모의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6월 군검찰에 구속된 김동현(27)이다. 김동현은 이번 승부조작의 주도적 역할을 하며 중죄를 지었지만, 인맥으로 얽힌 피해자이기도 하다. 김동현은 지난 4월에 열린 2011년 러시앤캐시컵 2라운드 대전-포항(0대 3 대전 패) 경기에 브로커로 승부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이것은 수 많은 경기 중 한 경기였을 뿐이다. 승부조작의 마수는 지난해부터 김동현에게 뻗치기 시작했다. 창원지검에 따르면 김동현은 광주 상무 시절 팀 동료였던 최성국(28·7일 불구속 기소)으로부터 승부조작을 제의 받았다. 인맥의 시작은 팀동료 였던 셈이다. 승부조작에 발을 들여 놓은 김동현은 두 번째 경기부터 본격적으로 중간 브로커로 나섰다. 최성국을 통해 알게 된 전 프로축구 선수이자 브로커인 이모씨(31)와 김모씨(31·이상 7일 구속기소)에게 직접 돈을 받아 지난해 6월 6일 울산-상무(0대2 상무 패) 승부조작을 이끌었다.

15경기의 승부조작 중 무려 8경기 관여했다. 창원지검이 7일 공개한 전주 및 브로커 17명(구속기소 8명, 불구속 기소 3명, 기소중지 6명)은 모두 김동현과 함께 승부조작을 모의했다. 전혀 모르고 있던 전주 역시 브로커들을 통해 알게 됐고 이 전주가 직접 다른 경기의 브로커로 나서기도 했다. 얽히고 설킨 이들의 인맥이 승부조작의 시발점인 셈이다.

두둑한 현금을 보며 미소를 지었을 이들. 그러나 이들에게 항상 밝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승부조작에 실패할 경우 가혹한 응징이 있었다. 창원지검은 7일 "브로커 김모씨(29)를 공갈죄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28일 정규리그 상무-경남전(1대1 무)에서 승부조작에 실패하자 김모씨가 김동현을 협박, 8000만원을 갈취한 죄다.

창원지검은 "전주 및 브로커 6명이 도피 중이기 때문에 기소중지했다"고 밝혔다. 지금 어디에서, 어느리그 선수들에게 검은 유혹을 떨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오려 해도 더 깊숙히 빠져드는 늪이 승부조작이다. 선수들이 승부조작 제의를 처음부터 단칼에 거절하는 것만이 승부조작의 악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