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종훈 감독은 6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연패 탈출을 위해 깜짝 카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최근 LG는 불펜 투수들이 불안해 승리를 날린 경기가 많았다. 이날 경기전까지 LG는 올시즌 34패중 19패가 역전패였다. 이중 11패는 6회 이후 역전을 당했다. 또 불펜이 세이브 상황에서 승리를 날린 경기는 8개 구단중 가장 많은 12차례나 된다.
특히 전날 경기서 선발 주키치가 8이닝까지 123개의 공을 던지며 1-0 리드를 지키고 마운드에서 내려왔지만 불펜진이 9회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연장 12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고 역전패 했다. 이날 패배는 충격이 컸다. 팀은 4연패에 빠졌다. 그나마 지키고 있던 4위 자리도 불안해졌다. 5위 두산에 3.5게임차, 6위 롯데에 4게임차로 추격을 허용했다.
박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선발 투수들의 불펜 활용이었다. 박 감독은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현재 (연패)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조치가 필요했다"며 "선발 투수들이 불펜 피칭을 하는 날 경기중에 대기하다 상황이 되면 실전에서 피칭을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1~3선발 투수인 박현준, 리즈, 주키치 등에게 돌아가면서 이 역할을 맡기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날 불펜에서 대기한 선발 투수는 박현준이었다. 전날 선발이 주키치였고, 다음날(7일) 선발 예정이 리즈였기 때문이다. 박현준은 지난 2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3일 휴식 뒤 박현준은 불펜에서 대기했다.
실제로 박현준은 경기에 투입됐다. 그런데 투입 시기는 더욱 놀라웠다. 박현준은 4-4로 맞선 6회 2사 1루에서 한화 오른손 타자 최진행을 상대하기 위해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마무리 투수로 활용하겠다는 당초 의도를 생각하면 다소 빠른 등판이었다.
'에이스'는 확실히 달랐다. 지난해 9월26일 잠실 삼성전 이후 처음으로 불펜 투수로 등판한 박현준은 최진행을 우익수 플라이로 깔끔하게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7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박현준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투구엔 무리가 없었다.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운 박현준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런데 지나친 자신감에 일격을 당했다. 2사 이후 한화 베테랑 타자 강동우에게 시속 148㎞짜리 한가운데 높은 직구를 초구로 던지다 중월 솔로홈런을 맞고 말았다. 스코어는 4-5로 균형이 깨지면서 박현준은 졸지에 패전 투수가 될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박현준의 호투는 승리의 발판으로 작용했다. 1점 뒤진 9회 공격에서 이병규는 무사 만루에서 그랜드슬램을 쏘아올렸다. 결과적으로 박현준의 조기 투입은 성공작이 됐다.
대전=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