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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명랑소녀'에서 '동안미녀'로…장나라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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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짜릿한 반전이 또 있을까. 시청률 6.1% 꼴찌로 출발해 시청률 16.2%, 동시간대 1위로 멋지게 막을 내렸다. '막장'이 없어도, 눈길을 끄는 화려함이 없어도,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는 걸 KBS2 '동안미녀'는 담백하게, 하지만 뚝심있게 보여줬다.

지난 5일 마지막 방송을 몇 시간 앞두고 만난 장나라는 "작품 하면서 이렇게 좋은 기사가 많이 나오긴 처음"이라며 예의 소녀같은 얼굴로 수줍게 웃었다. 6년만의 국내 복귀라는 부담감에 초반 시청률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꽤 심했을 터. 뿌듯함이나 만족감보다는 왠지 모를 안도감이 짙게 묻어나는 소감이었다.

하지만 '동안미녀'는 중반 이후 뒷심을 발휘해 조용한 반전을 이뤄냈다. 고졸 학력에 신용불량자로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진 '동안미녀' 이소영이 나이를 아홉 살이나 속이고 회사에 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20~30대 여성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31살 장나라도 극 중 34살 이소영과 함께 울고 웃으며 또 한번 성장했다.

"이소영이란 캐릭터가 너무나 많은 현실적인 벽들에 부딪혀요. 제가 소영이처럼 생계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최근 몇 년간 무척 힘들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소영의 이야기 속에서 제 모습을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위축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 나이대 여성들과 소통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정말 좋았어요."

부딪히고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는 소영이를 보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새롭게 했다. "극 중에서 류진 오빠가 '짐을 덜어주고 싶다'며 프러포즈 할 때 소영이 '제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음…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게 맞는 것 같아요. 소영이처럼 깨지더라도 부딪히고 노력하는 게 삶의 정답이겠죠?"

함께 출연한 최다니엘, 류진, 김민서, 홍록기 등 동료 선후배들도 장나라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오랫동안 중국에서 활동하다 오랜만에 말이 통하는 상태에서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는데 연기 잘하는 동료들 때문에 여러 모로 자극을 많이 받았다. "최다니엘, 김민서와 셋이서 연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잘하는 사람과 하니까 경쟁심도 생기고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저에겐 큰 활력이 됐죠."

장나라는 "유독 키가 큰 남자 출연자들과 '눈높이 연기'를 하기 위해 과속방지턱부터 보도블럭, 언덕, 하이힐을 활용하는 등 숨겨진 노력도 많이 했다"며 명랑하게 웃었다. 파트너 최다니엘은 물론 류진, 홍록기, 류태웅, 윤주상도 모두 키가 180cm가 훌쩍 넘는다고. "연기하면서 그렇게 하얀 눈동자를 많이 본 적이 없어요. 유독 가까이에서 쳐다보는 장면이 많았거든요. 하하하. 선배들에게 '때를 만났다'고 얼마나 놀림 받았는데요. 하지만 오히려 작아서 소영이란 인물이 더 애처롭고 사랑스럽지 않았나요?"

작품을 만족스럽게 끝냈으니 하고 싶은 일도 많을 것 같은데, 돌아온 대답은 "고기를 실컷 먹고 싶다"였다. 시청률 1위 하던 날도 족발집에서 촬영하다가 족발을 먹었다고 했다. 사실 '동안미녀' 인기의 원동력은 고기의 힘이었던 모양이다.

"드라마 하기 전에 준비하던 디지털 싱글과 중국 앨범을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아요. 한국에서 드라마 제의가 들어온다면 당연히 바로 해야죠. 하하하. 이번 작품을 통해 팬들께서 제 가능성을 많이 알아봐 주셨다면 더 바랄 게 없겠네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