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39·KB금융)은 모험가다. 20살에 뒤늦게 골프를 접했다. 보디빌더로 성공하겠다며 역기를 끌어안고 살던 시절 우연찮게 골프장 아르바이트 일을 하게 됐다. 사람들 어깨 너머로 골프채를 휘두르다 그는 결심했다. '골프선수가 되겠다.'
부단한 노력으로 프로테스트를 통과하고 국내무대에서 우승을 따냈다. 쉼을 생각할 때에 그는 또 뜀박질을 생각했다. 일본으로, 아시안 투어로. 일본에서도 4승이나 거뒀지만 그는 더 큰 물에서 놀 생각을 했다. '미국으로 가야겠다.'
양용은은 한일 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인 '밀리언야드컵' 도중 "내가 미국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은 (최)경주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주형이 하는 것을 보고 나도 더 큰 꿈을 가졌다. 사실 경주형이 처음 미국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저렇게 8승이나 할 줄은 정말 생각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감탄이 스스로의 자신감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미국진출 1세대'인 최경주(41·SK텔레콤)는 그만의 부단한 노력과 근성으로 오늘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것을 보고 또 다른 도전을 감행한 양용은은 선배도 해내지 못한 아시아 인 첫 메이저 챔피언(2009년 PGA챔피언십)에 올랐다.
지난해 일본투어 상금왕인 김경태(25·신한금융)는 밀리언야드컵에서 1,2라운드를 양용은과 함께 플레이 했다. 김경태는 "연습라운드를 할 때면 늘 양용은 선배님이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주신다. 경기를 풀어나가는 코스 매니지먼트 등에서도 큰 도움을 받지만 무엇보다 앞서나간 선배의 존재 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미 큰 이정표, 큰 등대가 됐기에 후배들은 새로운 무대에 대한 불안감이 덜 하다.
최경주의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집에는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1~2년 사이 홍순상 김대현 배상문 등 유망주 후배들을 직접 데려와 숙식을 같이 하며 연습했다. 올해 초 최경주와 동반 연습을 한 홍순상은 "큰 가르침을 받고 싶어 어렵게 전화를 했더니 흔쾌히 '몸만 오라'고 말씀하셨다. 울컥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홍순상은 올해 스바루오픈에서 2년만에 우승하며 밀리언야드컵 한국 대표로 뽑히는 영광도 안았다. 해병대 출신인 홍순상에게 태극마크는 남다른 의미였다.
양용은은 PGA 투어, 유럽투어 등으로 전세계를 누빌 때마다 한인 식당을 미리 물색해 두는 버릇이 생겼다. 캐디와 자신만 식사를 하면 아무곳에서나 먹어도 상관없지만 노승열 강성훈 김비오 등 어린 후배들의 식사도 챙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대회에 같이 출전하는 후배들에게 밥을 사 주며 자신의 귀중한 경험을 나눈다.
PGA투어 최연소 선수인 김비오는 지난 봄 양용은에게 즉석 러프 트러블샷 레슨을 받기도 했다. 최경주와 양용은은 국내 대회에 출전해서도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하고 있다. 후배들이 이들과의 동반 라운드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