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단막극 한 편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배우 이용우가 최근 전파를 탄 KBS2 드라마스페셜 '남자가 운다'에서 보스의 오른팔 성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남수(손현주)를 죽이라는 조직의 명령을 받고 갈등하는 성구. 눈빛은 물론 정제된 동작까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20년 연기 내공'의 손현주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죽기싫다는 남수에게 '제발 떠나라. 형님이 안 죽으면 내가 죽는다'고 절규하는 마지막 장면에선 정말 성구에 빙의된 것처럼 보였다.
"요즘 조폭 드라마가 주춤하지만, 시놉시스를 읽고 진짜 남자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의 의리, 우정같은 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었다."
▶화려한 데뷔 그리고 시련
이용우에게 이번 작품은 드라마로선 두 번째에 불과하다. 2009년 SBS '스타일'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포토그래퍼로 데뷔한 후, 그 해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주연을 맡은 '버디버디'가 편성이 미뤄지며 본의 아니게 활동을 멈추게 됐다.
"'버디버디'에 대해 아쉽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너무 거기에만 연연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어요? 저는 항상 다음을 생각해요. 저는 사실 준비도 덜 된 상태에서 데뷔하게 됐어요. 오히려 쉬는 동안 연기 트레이닝도 하며 신인 연기자로서 배울 기회가 있었다는 데 감사해요."
이용우는 상반기 개봉된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에 출연, 은막에도 얼굴을 비쳤다. 이를 통해 최근 열린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참석하는 기쁨도 누렸다. "앞으론 스크린에서도 자주 팬들을 만날 거예요."
▶뮤지컬 통해 새로운 도약
이용우는 사실 무용 꿈나무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그는 동아무용콩쿠르에서 차석을 차지하는 등 무용계에선 전도 유망한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무용을 포기하고, 연기자로 데뷔하게 된 것도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연기 트레이닝를 한 번도 한 적 없이 무용만 하다가 '스타일'에 출연하게 됐어요. 그때는 연기가 뭔지도 몰랐죠. 지금도 여전히 '초짜'이지만, 이제는 재미를 알아가는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 스펙트럼을 넓히기위해 뮤지컬도 하게 됐어요."
이용우는 오는 8월부터 공연하는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바람둥이 스카이 역을 맡았다. 첫 작품이라 부담이 크다면서도, 얼굴은 이미 기대감에 들떠있다. "그동안 무대에서 하는 것이라곤 무용 밖에 없었죠. 무용이 아닌 노래와 연기를 통해 또 다른 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요."
▶김혜수와 예술 논하는 사이
짧은 연기 생활이었지만 여복이 이리도 많을 수 있을까. '스타일'에서 김혜수와 이지아, '버디버디'에서는 유이, 영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에선 윤은혜까지. 이용우는 "(김)혜수 선배는 무용 공연이 있으면 꼭 참석한다"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격려가 된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이지아도 설치 미술을 한 사람이라 예술 쪽으로 말이 통했고, 윤은혜도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캔들이 터질 위험은 없을까. 이용우는 "여배우들이 나와 만나면 다들 너무 진지해지더라"며 "나를 남자로 보는 지 조차 모르겠다"며 웃었다. 김겨울 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