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3루수 이범호의 연속 무실책 행진이 60경기에서 멈췄다.
이범호는 지난 30일 빗속에 치러진 부산 롯데전 6회 1사 1,2루에서 손아섭의 우중 3루타 때 원바운드로 중계된 바운드 공을 뒤로 빠뜨리며 KIA 입단 후 첫 실책을 기록했다. 비에 흠뻑 젖은 흙이 예상 바운드보다 훨씬 덜 튀며 글러브 아래로 살짝 지나가 버렸다. 지난 2009년 한화 시절 1경기를 포함, KIA 이적후 3루수로 나선 59경기까지 이어온 60경기 연속 무실책 행진을 마감했다. 3루수 무실책 신기록은 넥센 김성갑 코치가 빙그레 시절 기록한 67경기.
아쉽지만 역설적으로 60경기 무실책 중단은 이범호 수비의 가치를 새삼 인식시켜준 기록이었다. KIA 입단 후 이범호 가치에 대한 포커스는 철저히 '공격'에 맞춰져 있었다. 놀랄만한 클러치 능력으로 KIA의 공격력을 단숨에 업그레이드 시키며 MVP급 활약을 펼친 덕분이다.
상대적으로 '3루 수비수'로서의 이범호에 대한 가치 평가는 잠시 유보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범호의 영입 가치는 타격이 전부가 아니다. 수비 가치도 이에 못지 않다.
이범호는 여유를 머금은 안정된 수비로 핫코너를 든든히 지키며 마운드에 외롭게 선 투수에게 편안함을 주는 존재다. 실제 이범호 가세 이후 KIA의 야수진은 더욱 단단해졌다. 30일 현재 33개의 실책으로 8개구단 중 가장 적다.
이범호 수비의 강점은 템포를 조절하는 여유와 상황 판단력에 있다. 상대 타자와 주자 상황을 미리 머리속에 그려넣고 타구 속도와 바운드에 맞춰 시의적절한 수비를 펼친다. 힘든 타구임에도 편안함과 안도감을 불러일으키는 움직임이 바로 이범호표 수비의 진가다. 강한 어깨는 차분하게 포구에 우선 집중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이범호의 수비는 막 프로무대에 입문한 내야수들의 희망적 성공사례다. 경험과 노력을 통해 꾸준히 업그레이드된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범호는 프로 입단 직후 썩 잘하는 수비는 아니었다. 하지만 본인의 노력과 WBC 등 국제대회, 일본 무대 경험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정상급 3루수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이범호의 무실책 기록에 대해 "3루로 타구가 안갔나"라며 농담을 던지던 KIA 조범현 감독은 "국제대회 등 큰 경기를 경험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송구도 좋아졌다"며 이범호의 수비력을 칭찬했다. 이범호는 KIA 입단 후 더욱 안정된 수비력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매 경기마다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 운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