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양용은(39·KB금융)과 같은 조로 한일 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인 밀리언야드컵 첫날 포섬 매치(2인 1조로 1개의 볼로 번갈아 플레이)를 치른 김경태(25·신한금융)의 표정은 밝았다. 양용은-김경태 조(2언더파)는 가타야마 신고-이케다 유타 조(1오버파)를 1타 차로 따돌렸다.
김경태는 경기 후 "2년전 신한동해오픈에서 양용은 프로님과 동반 라운드를 한 적은 있지만 같은 팀으로 경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로 거리 계산도 하고, 얘기도 나누면서 좋은 시간 보냈다. 미국 진출에 관해서도 연습라운드 등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내일 포볼 매치도 같이 하게 됐다. 좋은 시간들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태는 며칠전부터 감기몸살로 고생하고 있다. 이날도 잔기침을 하는 모습이었다. 김경태는 "모든 거리 계산을 양 선배님이 다 하셨다(웃음). 이런 호사가 없다"고 말했다.
둘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은 선수들이다. 양용은은 대기만성, 김경태는 태어나면서 '퍼트를 물고' 나왔다.
양용은은 20살이 돼서야 골프채를 잡았다. 제주 오라골프장에서 볼을 줍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스윙을 배웠다. 그후 1997년 프로가 된 뒤 승승장구해 2009년엔 타이거 우즈를 꺾고 PGA챔피언십 우승까지 차지했다. 아시아인 첫 메이저 챔피언의 위용은 지난달 US오픈에서도 그대로 빛났다. 마지막까지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와 챔피언조에서 싸웠다. 공동 3위는 역대 한국인 US오픈 최고 성적이다.
김경태는 '골프계 엄친아'다. 어려서부터 각종 아마추어 대회를 석권했고, 일본 아마추어선수권까지 우승했다. 양용은이 한번도 해보지 못한 아마추어 국가대표를 3년 이상 했다. 프로에 데뷔해서도 2007년 3승을 거뒀다. 특히 프로 데뷔전 2연승은 신기록이었다. '괴물 루키'란 별명도 얻었다.
김경태는 지난해 일본투어 상금왕을 차지하면서 이제 눈을 미국으로 돌리고 있다. 양용은은 별명인 '야생마'처럼 끝임없는 도전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김경태는 "양 프로팀과 같이 플레이하는 것 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했다. 양용은 역시 "워낙 뛰어난 후배라 내가 오히려 기댔다"며 웃었다. 김해=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