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29일 수원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해 컵대회 8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았다. 오매불망 기다려온 두 명이 무사히 복귀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공격수 심영성(24)은 1년 7개월, 수비수 윤원일(25)은 2년 3개월 만에 감격의 복귀전을 치렀다. 제주는 승리 보다 값진 것을 얻었다며 기뻐했다.
이들은 선수로서 '사형 선고'를 받았던 선수들이었다. 심영성은 교통사고로 오른 무릎(뚜껑)뼈가 수십개 조각으로 쪼개졌다. 윤원일은 왼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두번이나 끊어졌다.
제주는 이들을 버리지 않았다. 1%의 복귀 가능성을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심영성에게는 금전적 어려움으로 속앓이하지 않게 1억원 안팎의 연봉을 지급하며 재계약했다. 윤원일과도 재계약하며 5000만원 가량의 연봉을 줬다. 윤원일은 부상 탓에 2008년 1경기, 2009년 1경기 등 올시즌까지 4년간 2경기 밖에 소화하지 못하는 등 팀 기여가 매우 낮았던 선수였다.
제주는 전도유망한 이들을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심영성은 2007년 20세 이하 청소년월드컵 때 주전 공격수로 출전해 브라질전에서 골도 넣은 선수다. 부상 전까지 K-리그 97경기에 나서 14골-6도움을 올렸다. 유럽에서 러브콜이 이어질 즈음 교통사고를 당했다. 윤원일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리그에 입성한 선수다.
제주 관계자는 "선수 생명이 끝났다는 의견이 많았던 선수들이라 구단 내부에서도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결론은 복귀 가능성이 있다면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는 것이었다. 구단에서 놓아버린다면 이들은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강한 복귀 의지를 갖고 치료와 재활에 매달린 게 복귀로 이어졌다"며 선수에게 공을 돌렸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천군만마를 얻었다. 올 여름 선수 영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걸출한 선수 두 명을 영입한 것이나 다름없다. 박 감독은 "(심)영성이와 (윤)원일이를 당장 정규리그 경기에 투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2군리그와 연습경기에 투입 횟수를 늘려가며 '됐다' 싶을 때 후반기 정규리그에 활용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심영성은 "신인이라는 생각으로 뛰겠다. 하루 빨리 경기 감각과 스피드를 되찾아 기다려준 팬들과 구단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서귀포=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