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석민의 맹타가 화제다. 박석민은 22일 대구 한화전에서 연타석 홈런 포함 5타수 5안타 6타점 4득점을 기록했다. 타석에만 서면 안타를 만들어냈으니 7회 교체되지 않았다면 경기 끝까지 안타를 뽑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박석민의 맹타가 이미 예고됐었단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맹타의 조짐, 삼성 김성래 타격코치가 설명했다.
첫번째는 자칫 사고로 이어질뻔한 장면이었다. 박석민은 21일 한화전 7회말 타석 때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순간 배트를 놓쳤다. 이 배트는 그대로 마운드로 날아갔고 박석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주먹을 불끈 쥐려던 오넬리는 황급히 날아오는 배트를 피한 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구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지만 김 코치는 바로 그 순간 '박석민 타격감이 정말 좋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23일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김 코치는 "보통 타자들을 가르칠 때 투수쪽으로 배트를 던지는 느낌으로 스윙하라고 얘기한다. 몸이 빨리 열리지 않고 타격 타이밍이 좋다는 증거"라고 설명한 뒤 "힘으로 당겨치려는 타자들은 절대 투수쪽으로 배트를 못 날린다. 그런데 박석민의 배트가 그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잘 맞는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한가지 조짐이 더 있었다. 김 코치는 "요즘 배트가 석민이 뒷목을 안 때리는 거 못 봤어요?"라고 물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석민이가 스윙을 하면 배트 중앙 부분이 짧게 돌아가며 박석민 목에 걸렸다"며 직접 시범을 보인 김 코치는 "최근에는 배트 헤드가 뒤에 따라나오며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려 그런 현상이 없어졌다. 헤드가 이렇게 나오는 것이 이상적인 스윙"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박석민은 고질적인 왼손중지통증 때문에 스윙시 오른팔 힘으로만 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타격순간 오른손이 왼손을 일찍 덮어버려 스윙궤도가 급격히 작아지는 것이다. 스스로도 파악하고 있는 문제점으로 그동안 의식적으로 고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엄청난 타자가 될 수 있는 재목"이라는 김 코치의 극찬을 받았던 박석민이 그 기대에 200% 부응한 날이었다. 대구=노경열 기자 jkdroh@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