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내내 위기가 아닌 날이 있기나 한가요."
황선홍 포항 감독은 '위기'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황 감독은 언제나 긴장하고 있다. 약육강식의 프로세계에서는 방심은 곧바로 패배로 연결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포항이 시즌 중반에도 상승세를 유지하며 2위에 올라 있는 것은 황 감독이 끊임없이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시즌이 반환점을 돌면서 황 감독의 고민은 깊어졌다. 진원지는 양쪽 측면 수비수다. 부동의 오른쪽 수비수인 신광훈은 정강이뼈를 다쳤다. 최소 1주일간 재활치료를 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치료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신광훈의 백업인 박희철은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전 왼쪽 수비수 김정겸이 불법 베팅 사건으로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신광훈과 박희철이 경기를 나서지 못할 때가 문제다. 공백을 메워주어야 할 선수들이 마땅치 않다. 18일 상주와의 14라운드 홈경기가 좋은 예다. 신광훈은 부상으로, 박희철은 경고 누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좌우에 정홍연과 김원일이 나섰다. 경기 내내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전반전에 포항이 내준 2골 모두 양쪽 측면 수비수들의 실책에서 나왔다. 경기는 4대3으로 이겼지만 양쪽 측면 수비수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대책 찾기가 쉽지 않다. 일단 선수들을 믿는 수밖에 없다. 황 감독은 "풀백에서 약점이 드러났다. 그동안 실전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계속 뛰게 해서 감각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포지션 이동도 생각 중이다. 특히 중앙 미드필더 김재성을 측면 수비수로 놓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김재성은 A대표팀에서 오른쪽 수비수로 뛰고 있다. 하지만 중앙에서 김재성이 빠지면 포항의 허리가 약해질 수 있다.
트레이드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맞는 카드 찾기가 쉽지 않다. 현대 축구에서는 측면 수비수들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좋은 측면 수비수를 데리고 오려면 거기에 맞는 선수를 내주어야 한다. 아직 채우지 못한 아시아쿼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아시아 각국 선수들의 자료들을 받고 있다. 하지만 K-리그에 적응할만한 아시아 측면 수비수가 그리 많지 않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