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산다. 그러나 축구 선수 중 수비수는 단 한번의 실수나 시행착오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고달픈 포지션이다.
홍명보호의 중앙 수비수 홍정호(22·제주)가 잔실수 줄이기에 나선다. 홍정호는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당시 홍명보호의 믿음직한 중앙 수비수였다. 좋은 체격조건(1m86, 78kg)을 갖췄고, 영리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8강 주역이었고, '제2의 홍명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가나와의 대회 8강전(2대3 패)에선 대형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1-2로 뒤진 후반 33분 홍정호가 걷어낸 공이 가나 공격수 아디이아에게 차단당하면서 결승골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어린 홍정호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었다. 감당하기 힘든 2년이 흘렀고, 어느덧 A대표로 성장했다. 홍정호는 지난 1월 부상으로 빠진 박주영(AS모나코)을 대신해 카타르아시안컵에 출전했다. 당시에는 이정수(알사드)와 황재원(수원)에 밀려 주전 경쟁에 실패했다. 포지션도 중앙 수비수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활용됐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선 승부차기 키커로 나섰지만 실축까지 했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의 뇌리에서 잊혀져갔다. 그러나 변형 포백 수비라인을 만들기 위해선 홍정호가 필요했다. 조 감독은 3일 세르비아전, 가나전을 위해 홍정호를 발탁했다. 3일 세르비아전에선 완벽에 가까웠다. 불안하던 수비진에 안정감을 안기며 승리의 발판이 됐다. 그러나 7일 가나전에선 그렇지 못했다. 1-0으로 앞선 전반 14분 기안(선덜랜드)을 막다 페널티킥을 내줬다. 정성룡(수원) 골키퍼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내긴 했지만 분명 홍정호는 지능적이지 못한 수비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장 완장을 찼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소속팀의 올림픽 차출 반대로 못 뛰게 되면서 홍명보호의 뉴 캡틴이 되었다. 좀 더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패스와 대인 마크 하나하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또 한번의 실수로 페널티킥을 내준다면 그라운드 안에서 전체적으로 선수들을 지휘해야 할 명분이 서지 않는다. 특유의 영리함을 사용할 때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