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과의 경기에서 유독 강한 박지성은 꼭 위기의 순간에서 왼발이 빛을 발했다.
첼시와의 2차전 결승골 처럼 왼발 슈팅으로 소속팀을 구하면서 상대팀엔 비수를 꽂았다. 긱스의 크로스를 가슴으로 트래핑한 후 첼시 골키퍼 체흐를 앞에 두고 강하고 정확하게 왼발 등으로 볼을 때렸다.
박지성은 양발을 모두 잘 사용하는 선수이다.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왼발이 먼저 나간다. 왼발 슈팅에 대한 확신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박지성의 플레이를 자세히 따져보면 드리블 돌파나 슈팅 사전 동작에서 마지막에 왼발로 마무리를 할 수 있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대 수비수들도 오른발 잡이인 박지성이 오른발 보다 왼발 슈팅의 정확도가 더 높고 세기도 강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상대는 앞으로 더욱 철저한 대비를 하고 나올 것이다.
그동안 박지성의 왼발에 나가 떨어진 팀들은 한둘이 아니다. 축구팬들도 박지성의 왼발이 남긴 추억을 오래 간직하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왼발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2005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 시절에는 AC밀란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득달같이 달려가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 경기를 본 퍼거슨 맨유 감독이 박지성의 영입을 확정했었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본선 그리스전에서도 왼발슛으로 월드컵 3회 연속골을 기록했다.
박지성의 자서전을 보면 그는 현대축구에서 양발잡이의 경쟁력이 더 뛰어나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래서 오른발 뿐 아니라 왼발에도 익숙해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동료들이 화려한 슈팅 연습을 할 때 그는 양 발등의 구석구석마다 6000번씩 공을 터치했다고 한다. 지도자가 주문한 말 그대로 연습을 한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