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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 성적조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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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요정' 손연재가 성적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5~27일 출전한 모스크바그랑프리 대회 성적을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손연재는 올 시즌 프로그램을 받은 후 두달 가까운 러시아 전지훈련의 성과를 점검해보자는 모의고사 차원에서 모스크바 그랑프리에 출전했다.

세계선수권 등 리듬체조 국제 대회에는 국가별로 2명의 선수가 출전가능하지만 자국에서 열린 오픈대회의 성격상 러시아 선수가 무려 8명이나 참가했다.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다리아 콘다코바 등 세계 리듬체조계를 쥐락펴락하는 러시아 선수 8명 전원이 톱10에 포진했다. 일부 네티즌이 주장하는 성적 조작 논란의 시작은 바로 이 지점이다. 손연재가 리본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에서 톱10에 진입했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톱10 바깥을 떠돌던 손연재가 언론 플레이를 통해 고의로 성적을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이 대회의 심판으로서 손연재의 연기를 가까이서 지켜본 체조협회 관계자는 "오픈 대회라 러시아 선수 8명이 무더기로 출전했지만, 리듬체조 규정에 따르면 각 종목 8명씩을 선발하는 파이널리스트에는 국가별 쿼터를 적용한다. 손연재는 쿼터를 적용한 결선에서 후보선수로 볼 9위, 곤봉 10위, 후프 10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 종목별 '톱10'을 말할 경우 의문을 제기할 리듬체조 심판은 없다"고 확인했다. 후보선수는 결선 진출자가 부상 등의 이유로 참가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 예선 성적에 따라 2명을 추가로 뽑는 규정이다. 스포츠조선이 입수한 결선 당일 스타트리스트에는 손연재의 순위가 9-10위로 명기돼 있다.(8위까지 선수들은 추첨을 통해 출전 순서를 정하고, 후보선수 순위는 성적순에 따른다.) 네티즌의 주장대로 국가별 쿼터를 적용하지 않고 손연재보다 높은 점수를 얻은 러시아 선수 6명을 더할 경우 각 종목 랭킹은 15~16위로 뚝 떨어진다. 네티즌들이 의문을 제기한 성적은 조작이 아닌 해석의 차이로 이해됐다.

톱10이냐, 톱15이냐를 떠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구구한 이론이나 구차한 변명의 여지 없는 성적이다. 손연재는 3종목에서 25점대를 기록했고, 리본에서는 수구를 놓치는 실수로 23점대를 기록했다. 절대 점수에선 광저우아시안게임 성적을 뛰어넘지 못했다. 하지만 4종목 새 프로그램을 받아든 지 채 두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임을 고려하면 가능성을 발견한 의미 있는 순위다. 세계선수권에서 런던올림픽 본선 티켓 진출을 목표로 하는 손연재는 톱15 진입을 노리고 있고, 그녀의 최종 목표는 세계 톱10이다. 대한민국 리듬체조 사상 최고 성적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신수지(20·세종대)가 기록한 세계 12위다. 그러나 팬들은 손연재에게 절대적이고 우월한 성적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1-2위로 함께 시상대에 올랐던 안나 얄라바예바(카자흐스탄)와 율리아나 트로피모바(우즈베키스탄)는 전 종목에서 26~27점대의 고른 점수를 기록하며 8~9위에 올랐고, 당당히 결선에 진출했다. 만약 손연재가 한 종목이라도 8명의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더라면 적어도 '톱10' 논란은 일지 않았을 것이다. 모스크바 그랑프리 볼 종목 결선 진출엔 0.15점이 모자랐다. 성적 조작 논란에 휩싸이며 이슈의 중심에 선 손연재의 희망을 말하는 이유이자, 3월 25일부터 이어질 월드컵 시리즈에서 손연재가 성적으로 말해야 할 이유다. 행복한 리듬체조 선수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