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SI 순기능과 역기능
네티즌 수사대의 활약에 많은 사람들이 입을 떡 벌리지만 박수만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일반인의 사생활 노출 등 심각한 문제들이 여기저기서 야기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놀이 문화
네티즌 사이에서 남들이 모르는 사실을 알아내는 것은 일종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파헤치기라는 공동의 미션을 수행하는 네티즌 수사대는 동질감을 느끼며 인터넷 공간에서 또다른 공동체를 형성한다. 정보를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하면서 숨겨진 실체에 다가간다. 그 과정에서 일상에선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느끼며, 네티즌끼리 유대감을 강화한다.
그룹 슈퍼주니어의 신동이 여자친구를 위해 새 앨범에 실었던 암호 프러포즈를 네티즌 수사대가 해독해낸 게 네티즌 수사대의 긍정적 활약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신동과 여자친구뿐만 아니라 아무도 피해를 본 사람이 없었고, 네티즌에겐 커다란 재미까지 안겨줬다. 네티즌 수사대의 활약을 전해들은 대중들까지 미소 짓게 만들었다.
▶지나친 사생활 노출
네티즌 수사대의 문제는 개인 신상이 마구잡이식으로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과 방송통신위원회까지 뜨겁게 달궜던 4억 명품녀, 10대 남자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에 빠진 30대 여교사, 지하철 개똥녀, 경희대 패륜녀 등 일반인들의 개인정보가 만천하에 공개된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신상 정보가 노출되는 순간 하루아침에 범법자처럼 낙인 찍혀 네티즌들의 갖은 질타와 인신공격성 악성 댓글에 시달린다. 결국 얼굴 없는 가면 뒤에 숨은 네티즌 수사대가 심심풀이 식으로 캐낸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정신적 물직적 피해를 주게 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네티즌 수사대는 일종의 놀이 문화였다. 처음엔 드라마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장면을 캐치하는 수준이었으나 점점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며 "네티즌들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올리고 트위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는 시대가 되면서, 또 매체 수가 부지기수로 늘어나면서 점점 그 파급 효과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생활 노출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논의 중인데 더욱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근본적으론 네티즌의 올바른 의식과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