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딩 텃세에 눈물짓던 지동원, 4년만에 '전세역전'

가나전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는 지동원. 스포츠조선DB

지동원이 잉글랜드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선덜랜드와의 계약에 성공하면서 4년전 아픔을 씻을 수 있게 됐다.

지동원에게 4년전은 아픈 기억이다. 축구 선수 생활 맨 아래바닥까지 떨어졌었다. 당시 지동원은 레딩에 있었다. 대한축구협회가 추진했던 우수영재 유학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남태희 김원식(이상 발랑시엔)과 함께 레딩 유스팀에서 1시즌간 뛰었다.

한국에서는 알아주는 지동원이었지만 레딩에서는 무명의 아시아 선수였다. 텃세가 심했다. 호리호리한 몸매때문에 파워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흑인과 유럽 선수들에게 매번 나가떨어졌다. 레딩 유스팀 코칭스태프는 기술보다는 파워를 중시했다. 기회가 나지 않았다. 1년 내내 훈련만 했다. 유스팀 리그 막판 몇차례 경기에 나선 것이 전부였다. 공식 기록은 4경기 출전이었다. 선발출전은 단 1경기에 불과했다. 설움도 컸다. 주전으로 잘나가던 선수들은 지동원을 무시했다. 2007~2008시즌이 끝난 뒤 지동원은 가슴에 상처만을 남긴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4년만에 전세가 역전됐다. 절치부심한 지동원은 지난해 K-리그 전남에서 데뷔하더니 A대표팀 주전 스트라이커로 변신했다. PSV에인트호벤, 샬케04 등의 러브콜 끝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3년 계약에 이적료는 350만달러(약 38억원),연봉은 100만 달러(11억원)에 달한다. 화려한 복귀다. 같은 유학했던 남태희 김원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당시 지동원을 무시하던 선수들은 머쓱하게 됐다. 그들은 대부분 하부리그를 전전하고 있다. 2007~2008시즌 레딩 유스팀 부동의 스트라이커였던 니콜라스 비그날은 여전히 유망주 신세다. 2007~2008시즌 말미 1군 팀에 잠시 올라가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노스햄턴과 첼트넘, 스톡포트, 사우스햄턴, 본머스 등 하부리그 팀에서 임대생활을 했다. 2010~2011시즌에는 3부리그에 있는 브렌트포드에서 뛰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나이트클럽에서 사고를 쳐서 체포되기도 했다.

또 한명의 주전 공격수였던 조시 웹은 현재 8부리그팀인 월튼 & 허샴FC에서 뛰고 있다. 역시 지동원에게 골잡이 자리를 내주지 않던 개리 프리웬 역시 이 팀에서 함께 뛰고 있다. 프로팀이 아닌 세미프로팀이어서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처지다. 그나마 아이슬란드 출신인 빅토르 일루가손은 상황이 낫다. 레딩 유스팀에서 나온 뒤 고향인 아이슬란드로 돌아갔다. 현재는 1부리그팀인 브리다빌리크에서 공격수로 뛰고 있다.

하지만 이들 4명 모두 4년전 무시하던 동양인 선수가 화려하게 선덜랜드고 복귀하는 모습을 부러운 눈빛으로 지켜봐야만 한다.
이 건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