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만 오면 잘하네" 친정팀 저격수? 생애 최다 8블록→5세트 대역전극 이끈 박준혁 "선수도, 팬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인터뷰]

김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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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27 12:42 | 최종수정 2025-02-27 13:00


"천안만 오면 잘하네" 친정팀 저격수? 생애 최다 8블록→5세트 대역전극…
인터뷰에 임한 이강원(왼쪽)과 박준혁. 김영록 기자

"천안만 오면 잘하네" 친정팀 저격수? 생애 최다 8블록→5세트 대역전극…
사진제공=KOVO

"천안만 오면 잘하네" 친정팀 저격수? 생애 최다 8블록→5세트 대역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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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팬들이 이렇게 응원해주고 있다. 아직 우리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기적 같은 뒤집기를 이끈 박준혁(28)은 벅찬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실낱 같은 봄배구 희망을 간절함으로 움켜쥐었다.

우리카드는 26일 도드람 V리그 현대캐피탈과의 천안 원정경기에서 2시간 38분의 혈투 끝에 세트스코어 3대2로 역전승을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과 최민호, 황승빈이 빠져도 강했다. 레오-신펑의 고공 강타가 연신 우리카드 코트를 엄습했다.

반면 우리카드는 4세트 도중 외국인 선수 니콜리치마저 통증을 호소해 빠졌다. 그 와중에도 선수들의 투혼으로 귀중한 1승을 따냈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은 "진짜 전투(real battle) 같은 경기"라며 참았던 한숨을 토해냈다. 이어 "모든 선수가 한팀으로 뭉쳐 코트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었다"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불꽃이 꺼지면 안된다. 남은 시즌 우리 팬들에게 이런 경기를 더 보여줘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준혁에 대해서도 "오늘 같은 집중력을 항상 보여줄 수 있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이날 박준혁은 무려 8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5세트, 4-9로 뒤진 상황에서 블로킹 3개로 추격전을 이끈 주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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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현대캐피탈 출신이다. 2022년 우리카드로 이적하기 전까지, 유관순체육관은 그의 홈구장이었다. 경기 후 만난 박준혁은 "이적한지 오래 됐다"라고 멋쩍어 하면서도 "사실 천안에서 경기가 잘 되는 느낌이긴 하다. 구단 (유튜브)인터뷰에서도 '유관순체육관만 오면 잘한다'는 얘길 하더라"며 웃었다.


이날 우리카드는 리베로 김영준을 아웃사이드히터로 보내고, 김동민을 서브 리베로로 기용했다. 레오 등 강서버가 등장할 때는 오재성-김영준 사실상의 더블 리베로가 출전, 리시브를 강화하기도 했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은 "현대캐피탈처럼 서브가 강한 팀을 상대로 준비한 맞춤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에게도 생소한 장면이었다. 박준혁은 "서버로 (김)영준이가 와서 교체가 잘못된줄 알았다. 그런데 서브가 좋더라"며 웃었다.

우리카드는 이날 승리로 승점 42점을 기록했다. 3위 KB손해보험(승점 56점), 2위 대한항공(승점 57점)과의 차이가 크긴 하지만, 분명 봄배구 희망이 완전히 좌절된 상황은 아니다.


"천안만 오면 잘하네" 친정팀 저격수? 생애 최다 8블록→5세트 대역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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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날 2500여명이 운집한 현장에서 관중석 한켠을 가득 채운 우리카드 팬들의 응원은 정말 뜨거웠다. 주장 이강원도, 박준혁도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KB손해보험이 이렇게 치고 올라갈지 누가 알았나? 남은 경기 전승을 목표로 달리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선수들이 실감한 5세트 분위기는 어땠을까. 박준혁은 "소리를 너무 질러서 머리가 아팠다"며 웃었다.

"블로킹 말곤 잘 못해서 아쉬운데, 블로킹이 잘된 건 너무 좋다. 사이드 블로커들이 자리를 잘 잡다보니 자꾸 내 쪽으로 때리더라. 팀원들에게 고맙다."


천안=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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