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실수까지 사랑해' 이렇게 끈적거리니 질 수가 있나 [의정부 현장]

정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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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20 13:30


'너의 실수까지 사랑해' 이렇게 끈적거리니 질 수가 있나 [의정부 현장]
'이심전심' 실수로 실점이 아닌 득점으로 바꾼 두 선수가 1세트부터 뜨겁게 포옹했다. 의정부=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의정부=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사인 미스로 인해 실점할 뻔한 상황을 멋지게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파죽의 '경민 불패 7연승'을 달린 KB손해보험의 비예나와 박상하가 주인공이다.

KB손해보험이 19일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1로 승리했다.

경기 초반은 팽팽한 접전이었다.

1세트 14-14 동점 상황. 우리카드 니콜리치의 백어택을 후위에 있던 세터 황택의가 뒤로 넘어지며 가까스로 공을 받아냈다. 이어 박상하가 토스를 하기 위해 달려왔지만 비예나가 팔을 들어 벌리며 자신이 토스하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런데 정작 사인을 낸 비예나가 토스를 하지 않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다. 멈춰섰던 박상하가 곧바로 달려와 몸을 날려 언더핸드 토스로 공을 올렸고, 비예나가 상대팀 블로커의 손을 맞고 나가는 스파이크를 성공시켰다.


'너의 실수까지 사랑해' 이렇게 끈적거리니 질 수가 있나 [의정부 현장]
정교한 스파이크로 블로커의 팔을 맞춰 아웃시키는 비예나의 천부적인 재능

'너의 실수까지 사랑해' 이렇게 끈적거리니 질 수가 있나 [의정부 현장]
득점 후 환호 대신 박상하를 향해 손을 들어 미안함을 표시한 비예나
비예나가 곧바로 박상하를 향해 손을 들어 자신의 '사인 미스'를 시인했다. 어이없이 점수를 내 줄 수 있었던 상황에서 박상하의 대처는 훌륭했다. 때리기 좋지 않은 공이었지만, 득점으로 연결시킨 비예나의 '기술 만랩' 스파이크도 좋았다.


'너의 실수까지 사랑해' 이렇게 끈적거리니 질 수가 있나 [의정부 현장]
경민 불패를 이어가고 있는 '경민 CC'
1세트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구멍날 뻔했던 조직력을 센스있게 메꾼 두 선수는 서로를 껴안으며 끈적끈적한 팀 케미스트리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비예나는 이날 양 팀 최다인 26득점(공격성공률 57.14%)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또한 야쿱이 16점(63.64%), 나경복 14점, 차영석 8점, 박상하 5점으로 힘을 보탰다.


'너의 실수까지 사랑해' 이렇게 끈적거리니 질 수가 있나 [의정부 현장]
상대편 네트 바로 밑으로 내리 꽂는 스파이크를 성공시킨 후 포효하는 비예나

'너의 실수까지 사랑해' 이렇게 끈적거리니 질 수가 있나 [의정부 현장]
야쿱의 활약도 대단했다. 비예나는 수시로 야쿱과 대화하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너의 실수까지 사랑해' 이렇게 끈적거리니 질 수가 있나 [의정부 현장]
14득점을 올린 나경복
도무지 질 것 같지 않은 KB손해보험의 후반기 모습이다. 7연승을 달리며 1위 현대캐피탈과 2위 대한항공을 연달아 3-0으로 격파하기도 했다.

시즌 초 기존 홈구장인 의정부체육관이 안전 문제로 폐쇄된 후 타 팀 경기장을 전전하다 경민대 체육관을 임시 홈구장으로 빌린 KB손해보험이 '경민 불패'의 멋진 스토리를 써가고 있다. 당초 학교 개학 전까지만 빌릴 수 있는 구장이었지만, KB손해보험의 상승세에 대학 측도 흔쾌히 시즌 끝까지 대관을 약속했다.

3위 KB손해보험(승점 53)이 4위 우리카드(승점 40)를 꺾으며 두 팀의 승점은 13점 차로 벌어졌다. 3위와 4위의 승점차가 3이하일 경우 준PO가 개최된다. 7경기를 남겨 둔 현 상황에서 KB손해보험이 준PO 없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너의 실수까지 사랑해' 이렇게 끈적거리니 질 수가 있나 [의정부 현장]
대학 캠퍼스에서 진행될 KB손해보험의 봄 배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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