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은퇴 선언→23세 블로퀸 샛별은 가슴이 무너진다 "리우올림픽 보고 배구 시작했는데…" [인터뷰]

김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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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19 13:41 | 최종수정 2025-02-19 14:00


김연경 은퇴 선언→23세 블로퀸 샛별은 가슴이 무너진다 "리우올림픽 보고…
인터뷰에 임한 오세연. 김영록 기자

[장충=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아쉽죠. 제가 배구 입문한 계기가 리우올림픽이에요. (김)연경 언니 배구하는 거 보고…"

4라운드 3승3패, 5라운드 3승2패. 이정도면 고춧가루가 아니라 태풍의 눈이다. 시작점이 최하위만 아니었다면.

후반기 GS칼텍스의 기세는 놀랍기만 하다. 이영택 감독의 지휘 하에 똘똘 뭉친 젊은피들이 연신 이변을 만들어내고 있다.

18일 현대건설전도 그랬다. 세트스코어 1대2로 몰린 상황, 4라운드까지 잇따라 셧아웃당하며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던 천적.

'한 세트라도 땄으니 됐다' 하고 무너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실바의 리드 하에 다시 일어섰고, 기어코 5세트 혈투 끝에 승부를 뒤집어놓았다.

실바의 뒤를 받친 또다른 주인공은 오세연(23)이다. 올해로 5년차, 미들블로커치고 작은 키인 1m80이지만, 탄력이 좋고 팔이 길다. 이영택 감독은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올해 붙박이 주전으로 전경기를 다 뛰고 있는데, 기록 면에서도 코트 안에서의 플레이도 정말 많이 성장하고 성숙해졌다"고 칭찬했다.


김연경 은퇴 선언→23세 블로퀸 샛별은 가슴이 무너진다 "리우올림픽 보고…
18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의 경기. GS칼텍스 오세연이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장충=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1.18/
올시즌 블로킹 부문은 대거 '물갈이'가 이뤄졌다. 이다현(현대건설) 피치(흥국생명)에 이어 오세연이 전체 3위. 김세빈(도로공사) 장위(페퍼저축은행)가 4,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통의 강호 양효진(현대건설) 배유나(도로공사), 정호영(정관장), 이주아(IBK기업은행), 지난해 블로킹 1위였던 최정민(IBK기업은행)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순위표 아래쪽으로 밀려난 생경한 모습이다.


특히 올시즌 오세연은 교정하기 어려울 거라던 스윙폼까지 개선되며 공격력도 좋아졌다는 평가. 정대영 한수지의 은퇴로 중앙이 텅 비어있던 GS칼텍스의 희망이 됐다.


김연경 은퇴 선언→23세 블로퀸 샛별은 가슴이 무너진다 "리우올림픽 보고…
18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의 경기. 승리한 GS칼텍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장충=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1.18/
경기 후 만난 오세연은 "현대건설 정말 이기고 싶었는데 정말 기뻐요"라며 활짝 웃었다. '요즘 나랑 경기중 소통이 잘 되더라'는 사령탑의 말에 대해서는 "감독님도 미들블로커 출신이라 그런지 경기중에 블로킹 타이밍이나 어디에 집중할지, 뭘 봐야하는지, 한쪽으로 아예 날아가서 블로킹을 하라든지, 그런 지시를 잘해주세요"라며 감사를 표했다.

탈꼴찌 여부에 대해서는 "앞두고 있는 경기를 하나하나 이겨나가는 게 목표일 뿐이에요. 크게 의식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오세연은 5세트 초반 양효진과 모마를 잇따라 가로막으며 뜨겁게 포효,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승리로 이끌었다. 어린 나이에도 이주아(OH)를 비롯한 후배들이 많아진 그다.

"5세트는 분위기 싸움이라고 생각했어요. 초반에 우리가 득점을 해서 더 분위기 띄우려고 기합도 넣고 소리도 지르고 했죠. 우리 후배들에겐 내가 그 연차일 때보다 잘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김연경 은퇴 선언→23세 블로퀸 샛별은 가슴이 무너진다 "리우올림픽 보고…
18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의 경기. 승리한 GS칼텍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장충=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1.18/
부상자들의 복귀가 팀에 날개를 달았다. 유기적인 조직력이 살아나고 있다. 특히 안혜진의 파워있고 빠른 토스가 팀에 탄력을 더하는 모양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선수들 특유의 눈빛만 봐도 아는 호흡도 인상적이다.

이날 오세연은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는 "요즘 수비 연습 정말 열심히 하는데, 오늘 그 성과가 나온 거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한두개만 잡아줘도 사기가 올라가니까, 저도 노력중이에요"라고 강조했다.

오세연에게 '배구황제' 김연경은 매우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선수다.


김연경 은퇴 선언→23세 블로퀸 샛별은 가슴이 무너진다 "리우올림픽 보고…
18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의 경기. 승리한 GS칼텍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장충=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1.18/
오세연은 배구 입문이 무척 늦었던 선수다. 무려 고1 때 배구를 처음 시작했다. 프로 입단 후 기본기 다지는데만 오랜 시간을 소모한 이유다.

중학생 때 2016 리우올림픽에서 김연경의 맹활약을 보며 배구에 푹 빠진 게 계기가 됐다. 원곡고 배구부에 자기 발로 찾아가 배구를 시작했고, 팀이 해체된 뒤엔 서울중앙여고로 전학해 배구 선수의 삶을 이어갔다.

오세연은 "배구를 시작한게 연경 언니 덕분이에요. 제가 배구라는 종목을 알 수 있게 해주고, 또 시작하게 해준 분인데…은퇴하신다고 하니 너무 아쉽네요"라고 했다.

이어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6라운드 마지막 경기에 대해 "재미있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치고받고 5세트까지 갔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웃었다.

"후회없는 시즌 마무리를 하고 싶어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연경 은퇴 선언→23세 블로퀸 샛별은 가슴이 무너진다 "리우올림픽 보고…
16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의 경기, 흥국생명이 3대0으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김연경의 은퇴 행사에서 황민경이 김연경에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화성=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02.16/

장충=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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