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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안혜진이 정말 잘하더라. GS칼텍스가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안혜진이 '세터'로 코트에 돌아왔다. 거듭된 수술로 인해 시즌 시작이 늦어졌고, 올시즌 원포인트 서버로만 출전해온 그에게 지난 8일 기업은행전은 남다른 복귀전이었다.
338일만의 세터 선발출전이었지만, 공백이 무색한 맹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기민한 발놀림으로 공 아래로 파고들어 파워 있게 올려주고, 1m75의 비교적 큰 키를 활용해 네트 위에서 일직선으로 쏴주는 토스는 스피드가 남달랐다. 이날 GS칼텍스 승리의 1등공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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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호흡을 맞출 기회는 많지 않았다. 올 한해 주전세터로 활약해온 김지원이 부상으로 쉬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투입됐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안혜진은 '돌아이몽'이란 별명만큼이나 밝은 미소로 인터뷰에 임했다.
"유서연 권민지야 오래 맞춰봐서 눈빛만 봐도 알고, 실바는 어느 정도만 주면 잘 때려주는 선수다. 오세연이나 뚜이는 경험이 많지 않아 걱정했는데 잘 됐다."
스스로 점친 컨디션은 50% 정도였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날아다녔다. 안혜진은 "전날 선발출전 얘기를 들었을 때가 더 긴장됐다.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마음이 편했다. 잘 받고 잘 때려주니 나도 신이 났다"고 돌아봤다.
1세트는 직접 마무리 짓기까지 했다. 그는 "점수차가 크길래 노리고 있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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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GS칼텍스에서 뛴 기간만 보면 팀내 최고참이다. 소속팀은 비시즌 FA 전원(4명) 이적에 이어 올시즌 14연패, 꼴찌 추락 등 고전에 고난을 거듭하고 있다.
안혜진은 "이겨야 신이 나는데, 다들 당황했던 것 같다. 복귀하고 나서 이사람 저사람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지난번에 연패 끊고 나니 다들 간절함을 새삼 실감했다"고 돌아봤다.
"(주장)서연이를 도와주고 싶은데, 경기를 뛰지 못하니 답답했다. 서연이가 쓴소리를 안하는 스타일인데, 노력하는 걸 보니 안쓰럽고 대견했다. 생각해보면 난 어릴 때 정말 '꼴통'이었다. 오죽하면 별명이 '돌아이몽'이겠나. 오랜만에 (표)승주 언니와 연락하는데 '네가 내 후배라서 정말 힘들었다'며 웃으시더라. 이제야 나도 그 마음을 이해한다. '그땐 정말 죄송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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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9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리를 하고 싶다. 원래 GS하면 끈질긴 수비, 미친개 배구 아닌가. 지더라도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어린 후배들에겐 큰 기회다. 지금 자리를 잘 잡고 팀의 주축이 됐으면 좋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