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촬영을 위한 자리이동은 삼가주세요. 치어리더 집중촬영 자제해주세요. 삼각대 및 모노포드는 계도기간을 거쳐 반입 제한 조치할 예정입니다."
무분별한 촬영으로부터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배구선수들은 코트 위에서 몸을 푼다. 때문에 도둑 촬영(도촬)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기 마련. 특정 부위를 집중 촬영, 확대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영상이나 사진을 찍는 일부 팬들은 배구계의 오랜 골칫거리다.
|
선수 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치어리더들이 셀럽으로 부상하면서 출퇴근길까지 북적이곤 한다. 모두 '순수한 팬심'을 가졌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문제다.
|
하지만 한 치어리더는 "사진은 '순간 포착'이라 덜한데, '공연 직캠'도 아니고 '풀캠'을 찍는게 문제"라고 하소연 했다. 이어 "출근하면 관중석 맨 앞자리에 삼각대 설치하고 자리잡고 있다. 경기에는 관심이 전혀 없고 우리만 찍는다. 내가 자리를 옮기면 따라온다. 뜻하지 않은 노출이나 습관, 굴욕적인 순간을 영상으로 찍고, 이를 유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치어리더는 "퇴근길에 '오늘은 이런 모습이 찍혔다'고 보여주면서 웃는 사람도 있었다. 팬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때론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
그동안 배구계는 경계심은 갖되 '티켓을 구매한 이상 입장 및 촬영을 막을 수 없는 팬의 한명'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서울 연고 인기팀 GS칼텍스는 긴 고민을 거쳐 공지를 내놓았다. 서울이란 입지, 교통의 편리성 때문에 그간 선을 넘는 팬들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혀온 게 사실이다.
|
공식적인 '금지' 입장을 밝힌 것은 GS칼텍스가 처음이지만 각 구단 역시 다양한 보호 조치를 취해왔다. 경기장 내 안전 및 사고 방지, 시야 방해 등을 이유로 삼각대 같은 촬영 보조장치를 제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무례한 촬영자를 경호요원이 유심히 지켜보거나 제지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관중석 구조를 바꿔 이른바 '촬영 명소'를 없애버린 경우도 있다.
|
배구인들은 "티켓을 구매했다고 해서 경기장내 모든 행동이 자유로운 건 아니다. '직캠' 문화를 팬들 내부에서 정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불쾌한 촬영에 대해 구단 관계자나 경찰에 신고하는 게 대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