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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으면 안돼! '인권' 위협하는 카메라와의 전쟁…'무개념 촬영'은 곤란합니다 [SC시선]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5-02-04 07:21


'선' 넘으면 안돼! '인권' 위협하는 카메라와의 전쟁…'무개념 촬영'은…
현대건설 응원단 시절 이주은. 사진=이주은 SNS

'선' 넘으면 안돼! '인권' 위협하는 카메라와의 전쟁…'무개념 촬영'은…
2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의 경기. 우리카드 치어리더가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장충=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1.26/

'선' 넘으면 안돼! '인권' 위협하는 카메라와의 전쟁…'무개념 촬영'은…
사진제공=KOVO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촬영을 위한 자리이동은 삼가주세요. 치어리더 집중촬영 자제해주세요. 삼각대 및 모노포드는 계도기간을 거쳐 반입 제한 조치할 예정입니다."

V리그 현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른바 '무개념 직캠러(직접+카메라+er)'들을 향한 불쾌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자배구 GS칼텍스는 최근 팬들을 향해 '개인 카메라 사용 협조 안내' 공지를 올렸다. 다른 관객의 불편을 초래하는 행동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는 한편, '치어리더 집중 촬영을 자제해달라', '삼각대 및 모노포드는 차후 공식적으로 반입 제한 조치하겠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무분별한 촬영으로부터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배구선수들은 코트 위에서 몸을 푼다. 때문에 도둑 촬영(도촬)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기 마련. 특정 부위를 집중 촬영, 확대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영상이나 사진을 찍는 일부 팬들은 배구계의 오랜 골칫거리다.


'선' 넘으면 안돼! '인권' 위협하는 카메라와의 전쟁…'무개념 촬영'은…
사진=GS칼텍스 배구단 SNS
최근에는 유튜브가 발달하면서 이 같은 선정적인, 혹은 굴욕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수익 창출에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 문제가 더 심각하다.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영상에 시선 끌기용으로 삽입돼 무분별 하게 소비되는 일도 적지 않다. 뛰어난 외모가 오히려 선수 고유의 스타성을 해치는 모양새다.

무개념 촬영 도중 이를 지켜보던 다른 팬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사례도 있다. 성폭력특별법에 따라 해당 구단 관계자까지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티켓을 사서 입장한 '관중'을 상대로 구단이 공식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선수 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치어리더들이 셀럽으로 부상하면서 출퇴근길까지 북적이곤 한다. 모두 '순수한 팬심'을 가졌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문제다.


'선' 넘으면 안돼! '인권' 위협하는 카메라와의 전쟁…'무개념 촬영'은…
대표적인 미녀 선수로 꼽혔던 이진(전 기업은행). 사진제공=KOVO
사실 치어리더의 입장에서 직캠러는 상부상조 관계다. 언제 어떻게 찍힌 모습에서 매력이 뿜어져 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 서현숙 박기량 안지현 이다혜 등 유명 치어리더들에 이어 '삐끼삐끼'로 스타덤에 오른 이주은이 대표적이다. 직캠이 곧 유명세, 인기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더욱 조심스럽다. 오히려 "치어리더들이 원하는 것 아니냐"며 적반하장으로 큰소리를 치기도 한다.


하지만 한 치어리더는 "사진은 '순간 포착'이라 덜한데, '공연 직캠'도 아니고 '풀캠'을 찍는게 문제"라고 하소연 했다. 이어 "출근하면 관중석 맨 앞자리에 삼각대 설치하고 자리잡고 있다. 경기에는 관심이 전혀 없고 우리만 찍는다. 내가 자리를 옮기면 따라온다. 뜻하지 않은 노출이나 습관, 굴욕적인 순간을 영상으로 찍고, 이를 유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치어리더는 "퇴근길에 '오늘은 이런 모습이 찍혔다'고 보여주면서 웃는 사람도 있었다. 팬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때론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선' 넘으면 안돼! '인권' 위협하는 카메라와의 전쟁…'무개념 촬영'은…
14일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정관장 경기.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IBK 치어리더들. 화성=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1.14/
다수의 치어리더들이 함께 움직이는 야구, 농구와 달리 배구는 1~2명의 치어리더가 관중석 한복판에서 외롭게 응원하기도 한다. 인기 치어리더의 경우 수십대의 카메라가 따라붙는다. 과도한 촬영에 불쾌감을 느낀다 한들, 이 같은 감정을 쉽게 표출하기 어렵다. 앙심을 품은 카메라에 또 어떻게 왜곡될지도 걱정이다.

그동안 배구계는 경계심은 갖되 '티켓을 구매한 이상 입장 및 촬영을 막을 수 없는 팬의 한명'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서울 연고 인기팀 GS칼텍스는 긴 고민을 거쳐 공지를 내놓았다. 서울이란 입지, 교통의 편리성 때문에 그간 선을 넘는 팬들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혀온 게 사실이다.


'선' 넘으면 안돼! '인권' 위협하는 카메라와의 전쟁…'무개념 촬영'은…
2월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배구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의 경기. 화려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GS칼텍스 치어리더 서현숙. 장충=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2.01/
한국배구연맹(KOVO)은 "일단 유튜브 등 SNS에 노출된 영상들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또 전광판이나 SNS를 통해 경기장 내 에티켓을 지켜달라는 안내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 안에 개인 카메라 촬영 관련 내용이 있다"면서도 "카메라 반입금지를 명문화하거나 촬영 행위를 처벌하기엔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공식적인 '금지' 입장을 밝힌 것은 GS칼텍스가 처음이지만 각 구단 역시 다양한 보호 조치를 취해왔다. 경기장 내 안전 및 사고 방지, 시야 방해 등을 이유로 삼각대 같은 촬영 보조장치를 제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무례한 촬영자를 경호요원이 유심히 지켜보거나 제지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관중석 구조를 바꿔 이른바 '촬영 명소'를 없애버린 경우도 있다.


'선' 넘으면 안돼! '인권' 위협하는 카메라와의 전쟁…'무개념 촬영'은…
여자배구 인기를 견인하는 흥국생명의 홈구장 삼산체육관. 사진제공=KOVO
배구계도 달라져야한다. 정해진 '선'을 넘는 팬의 행동에는 엄격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배구인들은 "티켓을 구매했다고 해서 경기장내 모든 행동이 자유로운 건 아니다. '직캠' 문화를 팬들 내부에서 정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불쾌한 촬영에 대해 구단 관계자나 경찰에 신고하는 게 대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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