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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을 때만큼이나 기뻐보였다. 여자배구 기업은행에 부임한지 4시즌만에 최고의 감정을 경험했다.
경기가 끝나자 김호철 감독은 코치진과 프런트를 끌어안고 환호했다. 방송 해설진에서 "김호철 감독 리액션이 지금 거의 우승한 것 같다"며 보기드문 모습에 혀를 내둘렀을 정도. 기업은행 사령탑을 맡은 이래 가장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4세트 24-21에서 빅토리아의 마지막 공격이 상대 코트에 꽂히는 순간 웜업존 선수들까지 코트로 한데 달려나와 뒤엉켰다. 힘겨웠던 혈투만큼이나 뜨거웠던 경기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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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을 가라앉힌 뒤엔 냉정한 분석도 이어졌다. "리시브 라인이 좀더 안정돼야한다. 그래서 볼 배분이 잘되기 시작하면 상대팀을 더 괴롭힐 수 있다"면서도 "이번 대회 우리 선수들은 120%를 해주고 있다"는 격려도 덧붙였다.
특히 1m78의 장신에도 불구하고 느린 토스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천신통의 몸놀림이 완전히 바뀌었다. 한박자 빨라진 패스에 기업은행 공격수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을 정도. 김호철 감독은 "본인도 아마 그동안 답답했던 부분이 오늘 해소된 하루가 아닐까. 스스로 우리팀을 이끌어가는 선수라는 책임감을 가져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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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 빅토리아 댄착의 해결사 본능도 돋보였다. 빅토리아는 27득점(공격 성공률 42.6%)을 올리며 고비 때마다 팀의 한방을 책임졌다. 김연경의 집요한 페인트에 팀 수비진이 수차례 농락당하자, 이번엔 자신이 맞서서 페인트를 구사하는 승부욕도 돋보였다.
사령탑 역시 "점수를 못내면 다음 공을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집념이 강하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이 좋아한다. 작년처럼 안된다고 주저앉지 않는다"며 높은 점수를 주는 한편 "앞으로는 속공이나 이동공격, 파이프까지 다양하게 시켜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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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트 19-19에서 메가랠리 끝에 천신통의 집중력 있는 마지막 블로킹이 터지자 김호철 감독은 마치 활시위를 당긴 것 마냥 포효했다. 그는 "오늘 이길 수 있다, 우리 팀이 할 수 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그거 놓쳤으면 오히려 반격의 빌미를 줬을 순간"이라며 "그걸 신통이가 어떻게든 잡아준 덕분에 이겼다"고 뜨겁게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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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5일 오후 4시 준결승을 치른다. 상대는 현대건설이다.
"이틀 연속 경기라 쉽지 않다. 오늘 이긴 것만 해도 잘했다고 생각하고, 현대건설전은 선수들에게 맡겨둘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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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고민은 외국인 선수 투트쿠다. 이날 12득점(공격성공률 22%)에 그쳤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날 정윤주의 중용에 대해 "아포짓이 마이너스 효율이 나오다보니 다른 대책을 찾아야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속공과 블로킹에서 조금 나아진 루이레이에 대해서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다운 모습을 보여줘야한다"고 독려했다.
"결국 이번 컵대회에서도 진가를 확인한 선수는 단 한명 뿐이다. (아직도)우리에겐 38세 김연경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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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