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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레오와는 선수와 감독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는 서로 신뢰하는 관계가 됐다."
무엇보다 주포 레오(34)가 오기노 감독의 배구에 녹아들면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2012년 한국에 처음 온 이래 레오는 말 그대로 'V리그의 왕'이었다. 압도적인 높이와 체력을 앞세워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삼성화재의 2연속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개인 최다득점은 54점(2번), 50득점 이상 올린 경기가 8번, 40득점 이상은 39번이나 된다. 가빈, 케이타와 더불어 V리그 역사를 대표하는 외국인 선수 중 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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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은 조금 다르다. 660득점으로 이부문 4위다. 아흐메드(675득점), 마테이(669득점)와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득점 1위 요스바니(824득점)는 이제 추격하기 힘들어졌다.
새롭게 부임한 오기노 마사지 감독과의 배구관 차이가 원인이다. 일본 배구의 명장인 오기노 감독은 팀플레이를 중요시한다. "교체되는 선수가 있어도 팀 전력에 영향이 없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할 정도다. 최대한 서브 범실을 줄이면서 유효 블로킹과 디그로 버티고, 다양한 공격 옵션을 활용해 반격하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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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더 강하게' 몰아쳐온 레오에겐 생경하다. 팀 전체가 자신을 위한 판을 깔아주고, 혼자 40~50득점을 책임지는게 V리그에서 그가 해온 배구다. "나는 V리그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내가 가장 선호하는 배구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시즌초 오기노 감독은 레오에게 한층 엄격했다. "머리를 쓰는 배구를 하지 않으면 경기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날렸다. 레오는 3라운드 한국전력전에서 단 2득점, 공격 성공률 8.8%에 그치는 모습을 보일 만큼 흔들리기도 했다. 데뷔 이래 처음 겪는 시련이었다. OK금융그룹 역시 고전했다.
하지만 오기노 감독과 레오가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그는 "레오 같은 선수는 감독 생활을 통틀어 처음 보는 스타일이다. 쉽지 않았다"면서 "잘할 땐 더 많이 칭찬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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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도 "시즌초는 (오기노 감독과 내가)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서로의 배구 철학이 다를 수 있다"고 화답했다. 특히 페인트에 대해 "오기노 감독님이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다. 난 V리그에서 오래 뛰었기 때문에, 내 스타일을 상대 수비수들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쿠바 배구는 강하게 때리는 스타일인데, 감독님은 기술적인 면을 많이 주문한다. 많이 배우고, 실행하고 있다"며 웃었다.
"우리 팀은 지금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배구는 팀스포츠다. 나 혼자서는 이길 수 없다. 팀으로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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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