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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컴백 '배구여제' 김연경, "내가 가야 할 방향 있다"[현장 일문일답]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2-07-08 15:38


연합뉴스

[홍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V리그에서 새 시즌을 맞이하는 김연경(34·흥국생명)이 국내 복귀 소감을 밝혔다.

김연경은 8일 강원도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2 여자 프로배구 홍천 서머매치에 앞서 국내 복귀 후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달 20일 김연경은 흥국생명과 1년 총액 7억원(연봉 4억5000만원, 옵션 2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5월 말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김연경은 친정팀 흥국생명의 적극적인 권유로 V리그에서 새 시즌을 맞히하기로 했다.

2005년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연경은 2010년 일본 JT마블러스를 거쳐 터키 페네르바체에 입단하면서 유럽 무대를 밟았다. 이후 유럽 리그 뿐만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도 맹활약하면서 세계 최고의 여자 선수 중 한 명으로 발돋움했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 V리그에 컴백한 김연경은 시즌 종료 후 중국 상하이와 계약하면서 다시 해외 무대로 나섰으나, 1년 만에 다시 V리그 복귀를 택했다.

-국내 복귀 소감은.

많은 분들 앞에서 이야기하려니 좀 떨린다. 국내 복귀 결정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고민도 깊었다. 국내로 돌아오게 돼 기쁘다. 팬들과 다시 만나게 돼 설레는 마음도 크다. 홍천은 프로 선수가 된 뒤 처음 온 곳이기도 하다. 아낌없는 관심에 감사하다. 다시 돌아오게 돼 설레고 기쁜 마음이 크다.

-두 시즌 전 복귀 때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었다. 이번 복귀 목표는 무엇이고 결심 배경은 무엇인지.

아직 조심스런 이야기지만, 내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 있다. 그런 방향을 볼 때 국내로 돌아가야겠다 생각했다.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다. 은퇴에 대한 생각을 어느 정도 해야 할 나이가 되다 보니 여러 생각을 하게 됐고, 국내로 돌아오게 됐다.


-해외 팀의 제의도 있었는데, 국내 복귀를 결심한 이유가 있다면.

사실 아직까지 빅리그에서 콜이 온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크다.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하지만 앞으로의 가고 싶은 방향에 맞춰 가기 위해서라고 할까, 그런 방향 때문에 결정을 하게 됐다.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도 얻게 되는데, 그에 대한 고민도 있었나.

처음 해외에 나갈 때 6년이라는 시간을 채웠으면 좋겠다고 흥국생명과 교감한 바 있었고,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도 있다. 6년이란 시간을 채워 기뻤다. 올 시즌을 뛰고 FA가 되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조심스런 부분이 많아 방향으로 애둘러 표현한 듯 싶은데, 선수 생활을 넘어 지도자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건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어도 아직 결정된 게 하나도 없다. 나의 방향은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고 천천히 준비하는 과정이다.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배구와 관련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함이다.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선 복귀 땐 흥국생명이 절대 1강으로 꼽혔지만, 우승을 놓쳤다. 지금의 흥국생명은 당시에 비해 전력이 많이 약해졌다. 올 시즌 목표는.

팀에 합류해 오늘까지 나흘 째 훈련했다. 선수들과 생활하고 감독님과 미팅한 바로는 분위기가 참 좋고, 선수들의 실력이나 체력이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비시즌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봤다. 올 시즌 우승이 쉽진 않을거란 생각을 한다. 지난 시즌 우승했던 현대건설이나, 도로공사, GS칼텍스 등 상위권팀 전력이 좋다.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지만, 선수들끼리 잘 준비해 최대한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시즌 준비 계획과 권순찬 감독과 나눈 대화가 있다면.

감독님 스스로 '부산사나이'라고 이야기를 하시더라(웃음). 털털하시기도 하고, 상남자 다운 면이 있더라. 굉장히 확고하게 맞는 것과 아닌 것을 이야기해주시더라. 내 입장에선 편한 감이 있었다. 감독님이 추구하는 방향을 잘 따라간다면 이전의 흥국생명과는 다른 배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

-대표팀이 VNL에서 아쉬운 결과에 그쳤다.

오랫동안 대표팀 생활을 했었고, 그 대회를 나갈 때 힘든 것도 잘 알고 있다. 선수들 고생이 참 많겠구나 생각하며 최대한 많은 경기를 보며 응원했다. 아쉽게 승리하지 못하고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점점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점은 긍정적이라 본다. 항상 VNL 성적이 좋지 못했는데, 점점 좋아질 것으로 여긴다. 좀 더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대표팀이 부진한 가운데 태국, 일본이 선전했다. 대표팀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 있나.

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팀들의 경기도 지켜봤다. 확실히 팀 색깔이 느껴지는 배구를 하더라. 우리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도 세 팀이 우리와 상반된 성적을 거둬 화려해보이는 면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더 좋아져야 할 부분을 보완하고 세계선수권을 잘 준비한다면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본다. 어린 선수들과도 연락을 많이 했다. 모든 팀이 같은 여건이지만 국내 선수들의 유럽 경험이 없다보니 시차 등 예민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언하며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려 했다. 우리 선수들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세자르 감독이 대표팀 관련해 김연경과 꾸준히 소통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감독님과 인연이 있으니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경기 전후 여러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감독님이 '어떻게 하면 한국 배구가 나아질 것 같으냐'는 질문도 하시더라. 그에 대한 내 생각을 전한 바 있다.

-지난 복귀 때 통합우승, 트리플크라운, 감독님 말씀 잘 듣기를 목표로 잡았는데 이번에는.

아직 개인적인 목표를 잡진 못했다. 올 시즌엔 개인적인 목표보단 팀 성장과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우리 팀이 어디까지 올라가느냐를 목표로 두고 열심히 준비해보려 한다.

-김해란과 다시 배구를 하게 됐는데.

오랜만에 만나 배구보다는 사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해란 언니가 아들을 낳고 삶적인 변화를 겪었고, 무릎 부상으로 힘들어 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직 배구 얘기를 깊게 하진 못했고, 서로 근황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정도였다.

-8월 KOVO컵 출전은 가능한지.

컵대회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팀 합류 나흘 밖에 되지 않았고 감독님과 호흡을 맞춰가는 상황이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여자 선수 최고 대우지만 팬들은 너무 적다는 이야기도 한다. 샐러리캡 등 제도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낼 생각도 있는지.

어려운 질문을 하시는 것 같다. 남녀 선수 간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 어떤 식으로 변화가 생길지 잘 모르겠다. 구단 여건이나 생각이 다르다고 본다. 선수들이 더 좋은 대우, 환경에서 배구를 한다면 너무 좋을 것 같고, 앞으로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시작했을 때보단 조건이나 환경이 좋아졌다. 앞으로 더 좋아졌으면 한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책임감이 주어지는 부분이 있으니, 선수들도 훈련이나 경기에 더 열심히 임해야 하지 않나 싶다. 나보다는 모든 후배들이 혜택을 받길 바란다.

-감독, 동료 권유가 있다면 주장직을 맡을 의향이 있는지. 어린 선수들에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는지.

주장을 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 지금 김미연이 주장을 하고 있고, 김나희가 부주장을 맡고 있다. 두 선수가 팀을 잘 이끌고 있다. 감독님, 동료 요청이 있더라도 나는 괜찮다. 경기를 잘 뛰는 데 집중하려 한다. 어린 선수들은 정말 좋아진 것 같다. 앞서 같이 뛸 때보다 성장한 모습에 놀랍기도 하더라. 지금처럼 노력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

-국내 복귀 결정 후 가족, 절친들과 다시 만나게 됐다.

부모님은 너무 좋아하셨다. 이전엔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장이 아닌 TV로만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양효진, 김수지는 워낙 친한 선수다. 두 선수가 딱히 말을 많이 하진 않았다. '다시 왔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같은 팀이 아니라 경쟁이다 보니 큰 감흥은 없었다.

-미국에서 두 달간 전지훈련을 했는데 소회는.

대표팀에서 오래 뛰다보니 비시즌 몸을 만드는 기간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비시즌 훈련을 처음 해보니 몸이 많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 생각하면서 짜여진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너무 좋았다. 잘 다녀온 것 같다.

-김연경이 없는 대표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

세계 배구의 흐름이 스피드를 추구한다. 브라질이나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이 스피디한 배구를 하고 있다. 최근 경기를 보면 '정말 빠르다'고 느낄 정도다. 대표팀도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선 스피디한 배구를 해야 할 것 같다. 감독님도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안다. 하지만 스피드 배구가 하루 이틀 안에 되는 게 아니다. 잘 맞아 떨어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실 세대교체라 하기 애매한 상황이다. 30대 베테랑 선수들이 아직 많다. 그 선수들이 팀을 잘 이끌고 어린 선수들이 잘 해준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한국에 와서 가장 좋은 점과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인사는.

'스윗 홈' 아닌가. 한국에서 가장 좋은 건 내 집에서 먹고 자고 하는 것 같다.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것도 좋다. 지난 복귀 때 가장 아쉬웠던 게 팬들과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많은 팬들 앞에서 뛸 기회가 생긴 만큼, 홈구장을 꽉 채워주신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드겠다.

-라바리니 감독과 최근 나눈 대화는.

감독님과 만나 식사하면서 올림픽 전 에피소드나 배구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이 아직도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많더라. 장난식으로 '너 광고 찍을 때 나도 같이 찍자' 하시더라(웃음). 한국에 대한 애정이 많으신 분이다.

-최근 후배들에게 해외 진출을 적극 권유했는데, 해외 팀에서 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FA가 되기 위해선 5시즌을 뛰어야 한다. 5시즌을 뛰면 연봉이 올라가는데, 정작 해외에 나가려 하면 고액연봉자로 도전을 해야 한다. 제도를 바꾸기 보다 어린 선수 육성을 위해 구단에서 배려를 해주고, 나처럼 그 선수가 다시 국내로 돌아올 때 친정팀으로 온다면 한국 배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태국 선수들을 보면 주전 선수들이 모두 해외에 나가 있다. 선진리그 경험을 하고 온 선수들이니 그 선수들이 다 합혀진다면 정말 강한 전력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쓰면서 강한 전력이 유지되는 것 같다. 해외 진출이 좀 더 활발히 이뤄져 선진배구 경험을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앞으로도 국내에서 계속 뛰게 되는 건가.

올림픽을 뛰면서 생긴 팬도 계신다. 직접 배구 관람을 해보지 못한 분도 계신다. 그 분들 앞에서 좋은 모습, 재밌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때문에 몸 상태를 끌어 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정한 게 없다. 원하는 방향대로 간다고 하면 계속 국내에 있지 않을까.

-미국 전지훈련 기간 NBA에 도전하는 이현준과 함께 훈련을 했는데 느낀 점은.

드래프트에서 실패를 하고도 계속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고, 한국 농구의 미래가 밟다는 생각을 했다. 어리지만 멋진 선수라는 생각을 했다.


홍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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