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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지난 7일 2020 도쿄올림픽 진출을 다투는 한국과 호주의 남자배구 아시아 예선 B조 1차전 현장. 풀세트 접전이 벌어진 이날 관중석엔 유독 큰 소리를 지르며 한국을 응원하는 3인방이 있었다. 한국이 점수를 낼 때면 태극기가 펄럭였다. 분위기가 넘어가는가 싶으면 "가자"라는 외침이 체육관을 뒤흔들었다.
김세희씨는 "중국에서 경기한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를 꼬셨다. 마카오를 들러 기차를 갈아타고 장먼까지 오는 길이 쉽지 않았다. 중국어도 잘 못해 '팅부동(못 알아듣는다는 뜻)'만 외쳤다"며 웃었다.
세 사람은 원래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공항에서 처음 만났다. 하지만 소고와 태극기, 클래퍼(소리를 내는 응원도구)를 보고 서로가 한국임임을 눈치챘다. 셋 모두 프로배구 V-리그 현대캐피탈의 팬이라는 공통점도 찾았다. 자연스레 경기장까지 함께 했다. "대학 가기 전 마지막을 불태워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김세희씨의 말처럼, 먼 길 달려온 3인방은 '일당백'의 응원을 펼쳤다.
남자배구 대표팀의 경기는 국내 중계가 편성되지 않았다. 이은혜씨는 "여자배구는 중계하는데 남자배구는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세희씨도 "남자팀도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 선수들도 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중계가 없어)속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보정씨는 "모든 팬들이 마음을 담아 응원하고 있다. 남자 선수들도 힘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세희씨와 이은혜씨는 8일 인도전에는 10만원씩 들여 준비한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 머리엔 태극기 머리띠를 둘렀다. 김세희씨는 "(호주전이) 너무 아쉬웠고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 카타르전이 문제다. 열심히 응원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날은 3인방에 한 명이 더 합류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금융권 일을 하는 중국인 치엔윈칭(28)씨다. 그는 한선수의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등장, '최애 선수' 한선수의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그가 V리그의 팬이 된 것은 지난 2008년부터다. 중국에서는 인터넷으로 V리그 경기를 보기 어려워 1년에 2번씩 방한, 직접 경기장을 찾는다. 한선수 외에도 문성민(현대캐피탈)과 송명근(OK저축은행)을 좋아한다. 휴대폰 케이스엔 송명근의 유니폼이 프린트돼 있었다. "V리그는 시설이 좋고 유니폼도 너무 예쁘다. 많은 중국인들도 V리그를 좋아한다. 외국인도 인터넷으로 V리그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치엔윈칭씨는 '한국과 중국이 준결승에서 맞붙게 되면 어디를 응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했다. 그는 "중국인이니 중국을 응원하겠지만, 한국이 진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한국이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되니까"라며 멋적게 웃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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