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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성적만이 전부는 아니다. 구단의 가치는 선수단 뿐 아니라 구단 운영 능력도 분명 포함돼 있다. 미래지향적인 구단 운영. 프로스포츠에서 설명이 필요 없는 중요한 요소다. 2016~2017 시즌을 마친 V리그. 프런트 파워는 어디가 가장 강했을까.
스포츠조선 배구전문기자 6명이 남자부 7개 구단과 여자부 6개 구단의 2016~2017시즌 운영 성적표를 매겼다. 전문가 3명(문용관 박희상 이세호 이상 KBSN 해설위원)의 평가도 반영했다. 개막 전 목표 순위와 현재의 위치를 평가한 목표성취도를 비롯, 선수단 운용 능력 관중 동원 능력 페어플레이 외국인 선수 활용 능력 홍보 및 마케팅 역량 재정 및 투자 파워 연고지 밀착도 비전 전문가 평점 등 경기력과 행정 능력 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항목당 10점 만점, 총점 100점으로 난상토의 끝에 최대공약수를 도출했다.
최고 구단은 현대캐피탈이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10년 만에 V리그 정상을 밟았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내며 목표성취도에서 10점 만점을 받았다. 또 수비형 레프트의 불안 속에서 우승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선수단 운용 능력에서도 10점을 받았다. 라이벌 삼성화재와 함께 과감한 투자를 하기로 유명한 현대캐피탈은 마케팅 역량도 단연 돋보였다. 장내 이벤트는 물론 바자회, 멤버스 데이, 9인제 배구대회, 러브 옥션, 페이스북 라이브, 증간현실 게임, 라커룸 개방 등 V리그 마케팅 리딩 클럽다운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프로 사령탑 2년 만에 '명장' 반열에 오른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과 4년 재계약을 하면서 밝은 미래를 그리려는 노력을 인정받아 비전 면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특히 평균관중(3152명)은 2위에 랭크됐지만 무려 93.7%란 유료관중 비율에서 가산점을 얻어 관중 동원 능력에서도 최고점을 받았다. 현대캐피탈은 총점 91.3점으로 독보적인 1등 구단으로 인정받았다. 남녀 구단 중 유일하게 90점을 넘긴 현대캐피탈은 A등급의 구단 운영이 이뤄지고 있음이 수치상으로 증명됐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은 3위에 그쳤다. 사상 첫 챔프전 우승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아쉬움 때문에 목표성취도와 선수단 운용 능력에서 나란히 9점을 받았다. 그러나 남자부 7개 구단 중 외국인선수 활용 능력에서 유일하게 10점 만점을 받았다. 올 시즌 서브 부문 1위(세트당 평균 0.626개)에 오른 가스파리니는 프로배구 남자부 최초로 시도된 트라이아웃 1순위로 뽑힌 이름 값을 톡톡히 해냈다. 다만 대한항공은 관중 동원 능력과 페어플레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3위에 위치 했다.
우리카드는 총점 66.0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고득점을 받았을 뿐 갈 길이 여전히 멀다. 5위 KB손해보험(52.8점)부터 6위 OK저축은행(51.3점)과 최하위 한국전력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운영 성적이 50점대에 머물러 낙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전력은 신영철 감독의 지도 아래 '배구 명가' 삼성화재를 제치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랐지만 공기업의 한계로 인한 빈약한 투자와 홍보 및 마케팅, 비전에서 2~3점을 받아 바닥을 쳤다.
여자부에서도 챔프전 우승팀 IBK기업은행이 1위를 차지했다. 기업은행은 페어플레이(2점)에서 저조했지만 나머지 지표에서 7점 이상을 받아 총점 79.0점으로 우승팀의 자존심을 지켰다. 2위 흥국생명(75.0점)과의 격차는 4점이었다. 여자부에서도 순위 역전 현상이 펼쳐졌다. 정규리그 5위를 한 GS칼텍스가 구단 운영 성적에서 3위(67.0점)로 순위를 두 계단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못지 않은 마케팅 능력에서 만점을 받았다. 또 유소년 육성에 앞장서고 있는 GS칼텍스는 연고지 밀착에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4위부터 6위는 KGC인삼공사(65.1점), 한국도로공사(62.0점), 현대건설(57.6점) 순이었다.
이번 평가에서 나타난 함의는 여자 구단들의 경기력과 구단 운영 향상에 대한 노력의 필요성이었다. 1위를 차지한 기업은행 조차 80점을 넘기지 못한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성적에만 매몰돼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는 여자 구단들이 조금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판을 키우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