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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 아닌 '후원자' 자청하는 정태영 구단주의 통찰력은 정확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04-04 18:22


사진제공=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의 우승. 그 뒤에는 정태영 현대캐피탈 구단주(57)의 통찰력이 있었다.

정 구단주가 지난 시즌부터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무엇을 보고 최태웅이라는 젊은 사람에게 감독을 맡겼냐는 것'이었다. 지난 2015년 4월, 서른 아홉이던 최태웅 감독은 현역 생활을 마감한 뒤 코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현대캐피탈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이에 대한 정 구단주의 소신은 명쾌했다. "나는 '젊은' 분에게 감독을 맡긴 적이 없다. 최 감독은 물리적 나이는 적을 지 몰라도 생각의 나이는 많다. 그릇이 큰 사람의 나이를 물리적 나이로만 볼 수는 없다."

정 구단주의 선구안은 정확했다. 스스로도 가장 뛰어난 장점으로 꼽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통찰력이 제대로 발휘된 셈이다. 지난 2010년 6월 라이벌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둥지를 옮긴 최 감독을 선수 시절부터 지켜보면서 소위 '감독 깜냥' 임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림프암을 극복하고 운동을 포기하지 않았던 최 감독의 인간승리에도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최 감독의 이름이 기재된 새 사령탑 후보 결재 서류에 주저하지 않고 사인했다.

정 구단주는 배구단도 하나의 기업이라고 강조한다. 수익성은 '마이너스'이지만 배구단에서 만들어지는 무형의 산물이 기업 이미지 제고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정 구단주는 최 감독을 '배구단의 CEO'라고 표현한다.

정 구단주는 한 번 믿음을 준 사람은 끝까지 믿는다. 그야말로 무한 신뢰다. 그래서 정 구단주는 최 감독에게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부여했다. 최 감독이 마음껏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색깔 있는 배구를 해보라는 의미였다. 그에 걸맞게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최 감독은 정 구단주의 전폭적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광속으로 빠르게 보답했다. 지난 시즌 '최태웅표 스피드 배구'를 정착시켜 파죽의 18연승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에는 더 값진 선물을 했다. V리그 챔피언결정전 역전 우승 드라마를 완성해 냈다. 이날 정 구단주는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뒤엉켜 우승 기념 샴페인 세리머니에 동참했다. 흠뻑 젖은 옷만큼 기쁨에 흠뻑 젖었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정 구단주가 이번 챔프전 우승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2006~2007시즌 우승 이후 10년 만의 환희라는 결과도 결과지만 우승하기까지의 과정에 주목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생각과 맞아 떨어지는 궤적을 통해 이뤄진 쾌거였다. 선수들이 스스로 뭉쳐 땀과 희생의 가치를 만들어냈다는데 큰 박수를 보냈다. 틀에 박힌 야간 훈련을 좋아하지 않는 정 구단주는 객관적 전력 열세, 체력 고갈, 부상 등 수많은 변수를 딛고 선수들이 한계를 극복한 모습에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정 구단주는 자신을 '구단주'가 아닌 '후원자'라고 표현한다. 후원의 규모는 통이 크다. 완전한 연고지 정착을 고민하던 2013년 배구단 전용 훈련장이자 합숙소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를 지었다. 그간 용인에 위치한 제약회사 연수원을 임대해 사용하던 선수들을 안쓰러워 하던 정 구단주는 280억원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사원들의 근무 환경을 중요시 여기는 정 구단주의 철학이 배구단에도 고스란히 적용된 것이다. 정 구단주는 현대캐피탈 직원들의 복지 향상에 세심한 신경을 쓰기로 유명하다. 선수들의 끼니를 준비하는 요리사들을 일류 호텔 쉐프들로 구성했을 정도다.

2016~2017시즌 현대캐피탈의 챔프전 우승. 정태영 구단주의 소신과 철학, 그리고 믿음이 최 감독의 전문성과 조화를 이루며 탄생한 최고의 결과물이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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