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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가장 '핫' 한 팀은 단연 제주 유나이티드다.
조성환 제주 감독의 선택은 스리백이었다. 풍부한 공격자원들을 벤치에 앉히는 것이 아까웠지만 최우선 선택은 수비 안정이었다. 제주는 지난 시즌 71골로 전북과 함께 가장 많은 골을 넣었지만, 무려 57골을 내줬다. 최다 실점 4위였다. 조 감독은 안정된 수비진 구축을 위해 수비라인 강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국가대표 출신의 조용형을 영입했고, '베테랑' 김원일에 이어 아시아쿼터로 알렉스까지 더했다. 무려 6명의 센터백 자원을 확보한 제주는 지난 시즌 후반기 상승세를 견인했던 스리백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3경기를 치른 현재 제주의 주전 스리백 자원은 오반석-조용형-김원일이다. 수비리딩과 빌드업이 좋은 조용형을 가운데 두고 파이터형 수비수를 좌우에 배치했다. 눈에 띄는 것은 스리백의 운용 방식이다. 구성상으로는 과거 스리백 공식이었던 '스토퍼+스위퍼형 조합'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최신 트렌드를 따른다. 수비에 중점을 둔 듯 하지만 사실 공격에 초점을 맞춘 공격형 스리백이다.
공격시에는 스리백의 좌우에 포진한 선수들이 터치라인에 붙어서 움직인다. 이 중 한명이 과감히 오버래핑에 나선다. 현대축구에서는 미드필드 싸움이 절대적이다. 수비 숫자를 늘린다는 것은 결국 허리싸움에 나설 선수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같은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센터백의 오버래핑이다. 최근 스리백의 한자리는 과거 윙백 혹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빠르고, 공을 잘 다루는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토트넘의 얀 베르통언, 첼시의 다비드 루이스 등이 이 역할을 한다. 제주 역시 센터백이 미드필드를 지원하며 공격 숫자를 늘린다.
여기서 주목할 선수가 김원일이다. 조용형이 가운데를 지키는데 주력한다면, 김원일은 과감한 전진으로 오른쪽 측면을 지원한다. 인천전 마그노의 결승골도 김원일의 크로스에서 시작됐다. 김원일의 공격가담은 제주식 공격축구를 더 다채롭게 만든다. 김원일이 전진할 시 측면 미드필더가 중앙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 수비가 마크맨에 혼동을 가져온 틈을 타 더 다양한 공격루트를 만들 수 있다. 인천전 전반 25분 김원일이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하고 오른쪽 윙백 박진포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헤딩을 한 장면은 제주식 공격형 스리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