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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는 안갯속 정국이다.
한국전력은 V리그 개막 전 열린 컵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럼에도 한국전력의 약진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지금까지 KOVO컵 우승팀들이 정규리그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역사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달랐다. 세간의 예상을 산산조각냈다. 파죽지세다.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위기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전력은 완성도까지 갖추면서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우리카드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KOVO컵 우승을 차지하며 파란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규리그에서 처참히 무너졌다. 최하위인 7위로 2015~2016시즌을 마무리했다.
절치부심했다. 올시즌 트라이아웃을 통해 영입한 헝가리출신 외국인선수 파다르를 중심으로 180도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전력과 우리카드의 돌풍만큼 배구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가 또 하나 있다. 베테랑들의 맹활약이다.
지난 시즌엔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시몬, 오레올, 그로저 등 세계 최정상급 외국인선수들에게 쏠렸다. 그 속에서 국내선수들은 설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트라이아웃 도입 후 외국인선수 기량이 하향 평준화되면서 국내 알짜선수들의 존재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들의 노련한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윤봉우(34·한국전력)를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윤봉우는 출전을 위해 6월 정들었던 현대캐피탈을 떠나 한국전력에 둥지를 틀었다. '한 물 갔다'는 세간의 의심을 실력으로 잠재웠다. 윤봉우는 지난달 29일 기준 세트당 0.745개의 블로킹으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고비마다 터지는 '윤봉우표 속공'도 코트를 뜨겁게 달구는 요소다.
방신봉(41·한국전력)도 빼놓을 수 없다. 방신봉은 리그 유일한 40대 선수다. 주로 교체 멤버로 뛰지만 존재감은 확실하다. 풍부한 경험으로 '코트 위 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여오현(38·현대캐피탈)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 여오현은 특유의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20대 리베로 못지 않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최정상급 외국인선수는 없지만 반전의 팀들과 베테랑의 활약 속에 올시즌 V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볼거리로 팬들을 만나고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