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형 KB손해보험 감독(45)이 KB금융그룹이 지향하는 믿음과 신뢰를 통해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KB손보는 10연패의 수렁에서 빠져나온 뒤 2연승을 내달렸다. 사실 연패는 더 길어질 것으로 보였다. 모든 포지션에서 드러난 문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총체적인 문제 중 KB손보의 영원한 숙제로 불렸던 세터 부재가 가장 뼈아팠다. 이 숙제를 풀기 위해 올 시즌 현대캐피탈의 베테랑 세터 권영민을 데려왔기 때문이다.
슬럼프가 계속될 수록 일각에선 세터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강 감독은 권영민을 주전 세터로 꾸준하게 중용했다. 강 감독은 "영민이를 포함해 고참들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고참들이 아무래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라고 기를 살려줬다"고 말했다.
강 감독의 강한 믿음은 풀이 죽은 권영민에게 날개가 됐다. 권영민은 고참인데다 이번 시즌 KB손보로 둥지를 옮겨 자신이 연패 탈출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쌓여있었다. 심리적인 부담은 코트에서 드러났다. 토스가 흔들렸다. 그러나 권영민은 강 감독의 믿음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엇박자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권영민은 지난달 28일 대한항공전에서 10연패를 탈출한 뒤 눈물을 글썽였다.
강 감독은 권영민의 자존심을 세워줄 때 확실하게 세워줬다. 강 감독은 "마틴을 불러 영민이 플레이에 네가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틴도 잘 따라줬다"고 전했다.
강 감독의 뚝심이 없었다면 KB손보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었다. 주변에선 권영민보다는 양준식을 주전 세터로 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강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양준식을 주전 세터로 쓸 경우 오히려 세터진의 동반 부진이 우려됐다. 강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권영민을 주전으로 밀었다.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차츰 권영민의 토스에 공격수들이 적응하기 시작했다. 비온 뒤 땅이 굳듯이 KB손보는 탄탄한 팀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강 감독은 "연패 속에서 얻는 것도 있었다. 선수들이 뭉치는 끈끈함, 이겨보려는 간절함이 생겼다. 선수-선수, 선수-코칭스태프간 믿음이 생기면서 팀이 탄탄해짐을 느꼈다"고 했다. 또 "아직 갈 길이 멀다. 비록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이대로 주저앉으면 미래가 없다. 질 때 지더라도 우리의 배구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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