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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K리그 9개월의 열전이 끝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누구보다 피가 말랐던 이는 각팀 사령탑이었다. 성적으로 말해야 하는 게 감독의 숙명. 그 만큼 감독들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감독들의 열전에서 뜨거웠던 2015시즌을 되돌아 볼 수 있다.
'독이 든 성배'는 가혹했다
2015년은 감독들의 무덤이었다. 유독 심했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시즌 중에 2개팀에서 3차례 감독 교체 사태를 겪었다. 가장 진통이 컸던 팀은 부산 아이파크다. 부산은 지난 7월 중순 시즌 하반기로 돌입하면서 윤성효 감독이 사퇴하고 데니스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올려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데니스 감독대행 체제는 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부산은 감독 교체 이후에도 1승4무6패로 부진을 면치 못하자 최영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을 신임 감독으로 영입했다. 한 시즌에 사령탑이 두 차례 바뀐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앞서 대전은 5월 조진호 감독을 경질하고 최문식 감독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부산과 대전은 공통적으로 성적부진으로 인해 '독이 든 성배'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러나 대전은 챌린지로 강등됐고, 부산은 승강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하는 등 감독 교체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챌린지에서도 '칼바람'이 거셌다. FC안양과 부천FC는 시즌 중에 감독 경질을 겪었고, 경남은 임기 1년 남은 박성화 감독 경질과 함께 각종 내홍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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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독이 든 성배'에 울었다면 '축배'를 들어도 좋을 감독도 여전히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웃은 감독은 최강희 전북 감독과, 김도훈 인천 감독이다. 최 감독은 시즌 2연패를 달성하면서 '우승 청부사'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비록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올 시즌 최다 관중을 동원한 부수효과까지 낳으면 전북 최고의 해를 이끌었다. 김 감독은 인천의 돌풍을 주도했다. 유력 강등권 후보 인데다, 시즌 개막전 각종 내홍으로 사실상 별 볼 일 없던 인천을 성공적으로 살려냈다. 강등권을 여유있게 모면한 것은 물론 창단 후 첫 FA 준우승으로 구단에서 다년계약으로 꼭 붙잡고 싶은 '귀하신 몸'이 됐다. 최용수 FC서울 감독과 황선홍 포항 감독은 '축구 한류'의 위상을 높인 케이스다. 최 감독은 중국 프로축구 구단으로부터 거액 러브콜을 받았다가 K리그에 남아 '의리남'이 됐고, 황 감독은 포항을 떠나기로 했지만 일본 리그의 영입 대상에 올라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높였다.
희비 엇갈린 초보 열전
올 시즌 클래식에서는 4명의 감독이 신고식을 치렀다. 김도훈, 윤정환(울산), 조성환(제주), 노상래(전남) 감독 등 4명이 '초보' 꼬리표를 달고 주목받았다. 이 가운데 인천 김 감독과 조성환, 노상래 감독은 개띠(1970년생) 절친들이어서 더 그랬다. 이들 가운데 김 감독이 가장 크게 웃었고 나머지 감독은 아쉬움이 남지만 무난한 첫해를 보냈다. 조 감독은 지난해 순위 5위에서 한 계단 떨어졌지만 김 감독이 이끄는 인천과 막판까지 치른 스플릿 경쟁에서 극적으로 그룹A에 살아남았다. 울산 윤 감독은 초보 사령탑 가운데 가장 험난한 시간을 보냈다. 시즌 중 팀 안팎으로 좋지 않은 소문에 휘말렸다가 구단의 신임을 받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그룹B 10위에서 선두(7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한숨을 돌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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