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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인연은 질겼다. 시간이 흘러 김연경은 2005년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공교롭게도 황 전 감독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연경을 뽑게 됐다. 황 전 감독은 김연경 김사니 등 최강멤버를 앞세워 여자 프로배구계를 평정했다. 2005~2006시즌, 2006~2007시즌, 2008~2009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경은 "감독님 성격 자체가 할 때는 하고 쉴 때는 확실하게 쉬는 주의였다"고 했다. 황 전 감독은 김연경을 같히 챙겼단다. 김연경은 "남다른 느낌이 든다. 나를 프로에 데뷔시켜주신 분"이라고 했다. 이어 "코트에선 호랑이 감독님이셨다. 그러나 마음은 참 따뜻하셨던 분"이라고 덧붙였다. 또 "팀 막내일 때 잡일이 많았는데 나를 열외시켜주셨다. 고참 언니들이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해주셨다.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황 전 감독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김연경 뿐만 아니라 한 명의 외국인 선수도 눈물을 흘렸다. 최고의 여자부 외국인 공격수로 평가받는 몬타뇨(31)였다. 김연경과 페네르바체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김연경은 "몬타뇨에게 황 전 감독님의 사망 소식을 전하자 몬타뇨가 깜짝 놀라면서 울더라"고 전했다. 이어 "몬타뇨가 V리그 인삼공사에서 활약할 때 황 전 감독님은 현대건설 사령탑이셨다. 몬타뇨는 황 전 감독님을 너무 싫어했다고 하더라. 이유는 어필이 너무 많아서"라고 전했다. 김연경은 "그렇지만 몬타뇨는 경기가 끝난 뒤 자신에게 와서 등을 두드려주던 황 전 감독을 기억하더라. 몬타뇨가 우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눈물이 나더라"고 얘기했다.
김연경은 이제 보고싶어도 볼 수 없는 은사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했다. 더 큰 청사진을 그렸다. 22일 터키리그 전반기를 마치고 귀국한 김연경은 "페네르바체와 계약은 내년까지다. 계약이 끝나면 국내로 들어올 수도 있지만, 다른 해외 무대에서 뛰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나와 배구 스타일이 비슷한 브라질에서 뛰어보고 싶다"며 또 다른 도전을 꿈꿨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