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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외국인 선수 영입한 현대캐피탈, "시즌은 지금부터"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4-11-25 06:45


아직 늦지 않았다.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이 반격에 나선다. 우승 후보로 꼽혔던 현대캐피탈은 시즌 개막 이후 부진의 늪에서 허덕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콜롬비아)의 부상 때문이었다. 구단에선 치료와 재활에 온 신경을 쏟았다. 출전 기회를 주면서 지켜봤다. 그러나 아가메즈는 정상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팀 워크를 깨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과 프런트는 즉각 움직였다. 아가메즈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퇴출을 결정했고, 새 외국인 선수를 찾았다. 프랑스 출신 케빈 레 룩스(25)를 영입했다. 24일 입국한 케빈은 다음달 2일 LIG손해보험전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현대캐피탈은 현재 3승7패, 승점 10점으로 5위로 떨어져 있다. 반전의 기회는 충분하다. 이제 2라운드 중반이다. 정규시즌 총 36경기중 10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진출권인 3위(대한항공·승점 16점)와의 승점차는 불과 6점이다. 새 외국인 선수가 합류해 승점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케빈은 며칠전까지 이탈리아 1부 리그 피아첸차 유니폼을 입고 라이트 공격수로 뛰었다. 현대캐피탈 주전 세터 권영민과 호흡을 맞춘 뒤 곧바로 경기에 나설수 있는 몸상태다. 2014 FIVB 세계선수권대회에선 프랑스 대표팀의 주전 센터로 활약해 팀을 4위에 올려놓았다. 라이트와 센터를 다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올해 OK저축은행에 입단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시몬 역시 센터 출신의 라이트 공격수다. 공격 뿐만 아니라 블로킹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이라는 최고의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다. '월드 리베로' 여오현도 건재하다. 따라서 케빈이 투입돼 다른 팀 외국인 선수처럼 공격 점유율을 50% 이상 끌어올려준다면 '무서운 팀'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퇴출된 아가메즈는 올시즌 44.5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번 정규시즌 판도를 분석하면 '2강' 구도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와 '무서운 막내' OK저축은행의 선두 싸움이 예상된다. 현대캐피탈 입장에선 정규시즌 우승을 노리기 보다는 1차 목표로 플레이오프, 2차 목표로 챔피언결정전을 노려야 한다. 현대캐피탈엔 경험있는 선수들이 많다. 김 감독 역시 단기전 전술을 다양하게 갖고 있다. 정규시즌에서 새 외국인 선수와의 호흡을 가다듬은 뒤 포스트시즌에서 힘을 발휘한다는 계획이 필요하다. 김 감독은 "새 선수가 온 만큼 분위기를 바꿔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모기업의 빠른 의사 결정이 힘

사실상 시즌중에 특급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기가 쉽지 않다. 아가메즈의 부진을 현장에서 지켜본 다른 팀 감독들은 "아가메즈가 플레이 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떠난 것 같다"면서도 "문제는 새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 리그 역시 지금이 시즌중이기 때문이다. 팀 내 핵심 선수를 시즌 중에 다른 리그에 내줄리 없다. 현대캐피탈은 올시즌 세계 배구 리그를 분석했다. 구단 재정이 어려운 피아첸차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지난 16일 안남수 단장이 김기중 코치를 데리고 이탈리아로 떠났다. 피아첸차 구단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팀을 옮기고 싶어하는 케빈을 설득했다. 결국 23일 구단도 이적 동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처럼 1주일만에 '특급 용병'을 데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모기업인 현대캐피탈 문화가 크게 작용했다. 금융 회사인 현대캐피탈은 모든 의사 결정을 8시간안에 끝낸다. 전자 결제 시스템을 통해 많은 결재 라인을 한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최종 결정에 앞서 많은 의견을 수렴한 뒤 빠르게 결정을 한다. 이번 배구단 외국인 선수 교체도 이처럼 빠른 결제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다.

현대캐피탈은 천안을 연고로 한다. 프로 배구단 중 가장 연고지 친화적인 구단이다. 팬들도 이에 답하고 있다. 천안팬들은 팀이 비록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뜨거운 사랑은 여전하다. 지난 시즌 홈 경기 평균 관중수는 4453명이었다. 5경기를 치른 올시즌 홈 관중수는 평균 4570명이다. 오히려 늘었다.

이젠 배구단이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차례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24일 입국한 케빈이 현대캐피탈 숙소인 천안 캐슬오브스카이워커스에서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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