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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부천, '프로' 타이틀이 아깝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1-08 16:01 | 최종수정 2014-01-09 07:10



과연 프로구단이 맞는 지 의심스럽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2년차를 맞이하는 부천의 구단-감독 간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부천 구단은 8일 곽경근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구단 측은 곽 감독의 유소년 클럽 운영상 문제점 및 선수 선발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 구단 지시 불이행 등을 경질 이유로 꼽았다. 새 감독 선임 전까지 윤정춘 코치의 대행 체제로 팀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부천 구단의 발표가 나온 지 1시간 여 만에 곽 감독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구단의 경질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변호사를 통해 법적투쟁을 벌이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고용주인 구단의 결정을 피고용자가 반박하고 나서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논란은 지난달부터 불거졌다. 12월 초 곽 감독이 2014년 K-리그 드래프트를 전후해 기존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고 새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났다. 곽 감독이 대학 축구팀 감독들과 짜고 과거 자신이 대표로 있었던 '곽경근 축구클럽' 선수들을 해당 대학에 보내고, 그 대학 출신 선수들을 부천으로 받아들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곽 감독은 '곽경근 축구클럽'의 일부 선수들을 '부천 18세 이하 유스팀'에 함께 등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곽경근 축구클럽의 세를 불리고 해당 선수들의 부모들로부터 회비를 받았다는 것이다. 구단은 곽 감독에게 감사를 받으라며 압박했다. 곽 감독이 불복하자 직무정지 인사발령을 냈다. 하지만 곽 감독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오히려 구단 측이 사실을 호도 중이라고 강조했다.

부천의 '아마추어 행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크다. 문제의 주체를 떠나 일련의 사태를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구단의 자세를 문제 삼고 있다. 결과적으로 곽 감독과 소득없는 명분 싸움을 벌이다 논란만 키운 꼴이 됐다. 지난 6일 내부적으로 곽 감독 경질을 확정한 사실이 밝혀지자 "(곽 감독이) 직무정지 후 자진사퇴 시일인 만큼 (경질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발뺌하다 곽 감독이 정면대응 의사를 밝히자 입장을 바꾸었다. 곽 감독의 기자회견 뒤에도 '본 건은 사실관계가 명확한 것으로 논란이나 공방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감독에게 넘겼다. 감독 경질을 발표한 뒤에도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하는 등 감정싸움만 벌이고 있다.

아마추어 K3-리그 시절의 때를 벗어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들린다. 외형적으로는 프로 모양새를 갖췄지만, 정규직과 무급직이 혼재된 구단 체계 등 내부적으로는 갈 길이 멀다. K-리그 클래식에서 활동 중인 한 스카우트는 "일부 선수들을 보면서 아직도 아마추어리즘을 벗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며 선수들의 의식변화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부천은 시민과 팬들의 염원이 모인 결정체다. 하지만 최근 행보는 진정한 프로인 지 의심이 들 정도로 답답하다. 유니폼에 챌린지 엠블럼만 단다고 해서 프로가 되는 게 아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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