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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용 감독이 가능성 본 레오, '제2의 가빈' 될 수 있을까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9-18 11:14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 사진제공=삼성화재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지난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에도 좀처럼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 새 외국인선수 물색에 몰두했다. 지난 세 시즌 연속 삼성화재의 우승 주역인 가빈 슈미트(캐나다)와 결별을 택했기 때문이다. 가빈은 러시아의 이스크라 오딘트소보로 둥지를 옮겼다.

신 감독은 대표팀급 일정을 소화했다. 2012년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가 펼쳐지는 불가리아, 핀란드, 일본을 찾아 외국인선수 찾기와 세계 배구계의 흐름을 분석했다. 그러나 마땅한 인재가 없었다. 기준은 역대 최고의 외국인선수라고 평가받은 가빈에 맞춰져 있었다. 가빈은 세 시즌 연속 V-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2009~2010시즌 1006득점, 2010~2011시즌 765득점, 2011~2012시즌 1017득점을 기록했다. 용수철처럼 통통 튀는 타점(3m74)으로 상대 블로커 위에서 파워풀한 스파이크를 날렸다. 뿐만 아니라 가빈은 한국형 외국인선수였다. 한국 문화와 코드가 딱 맞아 떨어졌다. 왼쪽 옆구리에 '헌신, 인내, 열정'이라는 한글 문신을 정갈하게 새길 정도로 한국 사랑이 남달랐다.

신 감독은 이렇게 기량, 인성 면에서 수준 높은 외국인선수를 보다보니 자연스레 눈이 높아졌다. 다섯 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테스트를 했지만, 눈을 사로잡는 선수가 없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24일부터 일주일간 펼쳐질 중국 전지훈련부터 집중적으로 국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야 할 외국인선수 선발이 절실했다. 결국 신 감독은 에이전트가 추천한 동영상을 본 뒤 여섯 번째 초청선수를 테스트했다.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가능성을 엿봤다. 신 감독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았다. 17일 쿠바 출신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22)의 전격 영입을 결정했다. 2m5, 78kg의 탁월한 신체조건을 갖춘 레오는 2005년부터 5년간 쿠바 주니어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지난시즌 푸에르토리코 리그에서 뛰면서 소속팀의 정규시즌 및 플레이오프 우승을 이끌었다. 득점왕을 차지했고,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신 감독은 "(레오는) 기본적으로 대단하고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훈련을 하면 지금보다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현실적으로 기량이 좋은 외국인선수들은 몸값이 비싸 엄두도 못낸다. 레오는 기본적으로 높이가 있다. 지난시즌 푸에르토리코 리그 득점왕도 했다니 (기량을) 믿어봐야 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인성을 중시한다. 외국인선수도 마찬가지다. 신 감독은 "(레오가) 나이가 어려 여러가지 다짐을 받았다. '우리 팀은 이런 팀이다', '나는 팀워크에 어긋나는 행동을 싫어한다'는 등 얘기를 했는데 잘 따르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가정이 있으니 부양에 대한 책임도 있다. 기혼자인만큼 성실한 플레이가 예상된다"고 했다.

레오가 가빈을 뛰어넘을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많은 양의 볼과 웨이트 훈련을 이겨내야 한다. 또 한국 배구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2012~2013시즌 V-리그 개막(11월 3일)까지 남은 한 달 반 동안 레오가 '삼성화재의 우승 DNA'를 얼마나 이식받게 될 지도 관건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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