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 투혼' 한선수, 몸던지며 대한항공 승리 이끌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2011-2012 프로배구 경기가 11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렸다. 대한항공 한선수가 상대의 진영으로 넘어가 볼을 살려내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e-mail]

볼살은 쏙 빠져있었다. 눈아래는 퀭했다. 다크서클이 발아래까지 내려올 정도로 짙게 드리웠다. 점프도 평소보다 낮았다. 토스할 때 스냅의 움직임도 매끄럽지 않았다. 한마디로 평소 모습이 아니었다. 컨디션 조절실패였다. 바로 대한항공의 주전 세터 한선수였다.

한선수는 11일 인천도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2011~2012시즌 NH농협 V-리그 홈경기를 앞두고 밤새 제대로 자지 못했다. 구토와 설사에 시달렸다. 총 수면 시간은 3시간에 불과했다. 자는둥 마는둥이었다. 아침 일찍 병원으로 향했다. 잘못 먹은 것도 없었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괜찮았다. 진단결과 '신경성 장염'이었다.

세터로서 경기 중에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신경쓰다보니 탈이 났다. 특히 최근 삼성화재, KEPCO와의 2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모두 진 것이 컸다. KEPCO와의 경기 도중에는 다른 선수가 서브를 넣어야하는데 자신이 잘못 넣는 '서브포지션 폴트'까지 범하고 말았다.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한선수에게 하루 쉬는 것이 어떠냐고 권했다. 도저히 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한선수는 투지를 불태웠다. 팀의 전술적 중심을 맡고 있는만큼 빠질 수 없었다. 출전을 강행했다. 쓰러지더라도 코트위에서 쓰러진다는 각오였다.

몸을 던졌다. 18개의 디그를 시도해 12개를 걷어올렸다. 리베로 최부식(3개)와 김주완(2개)을 뛰어넘었다. 한선수는 "아픈 것은 핑계라고 생각한다. 뛸 수 있다면 뛰는 것이 선수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힘든 상황에서 뛰고 있다. 나만 빠질 수 없었다"고 했다.

한선수의 장염 투혼은 다른 선수들의 승부욕에도 불을 붙였다. 곽승석은 날카로운 서브로 팀을 이끌었다. 특히 3세트 중반 연이은 강서브를 선보였다. 주포 마틴은 20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45.9%로 다소 낮았다. 하지만 고비마다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였다. 마틴은 "(한)선수가 아픈데 아프지 않은 것처럼 열심히 해주었다. (한)선수의 투혼에 감사한다"고 했다.

한선수의 장염 투혼에 다른 선수들의 승부욕이 더해진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을 3대1(25-23, 24-26, 25-22, 25-20)로 눌렀다. 2연패를 끊어낸 대한항공은 승점3을 추가하며 승점22(7승6패)로 현대캐피탈(승점21)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현대캐피탈은 승부의 분수령에서 선수들의 잦은 범실로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편, 구미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KEPCO가 LIG손해보험을 3대1(21-25, 25-23, 25-23, 25-22)로 꺾었다. 안젤코가 34점, 서재덕이 17점을 기록했다.
인천=이 건 기자 [e-mail]

◇프로배구 전적(11일)

대한항공(7승6패) 3-1 현대캐피탈(6승7패)

KEPCO(10승3패) 3-1 LIG손해보험(3승10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