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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타점에서 코트에 내리꽂는 강력한 스파이크. 유럽의 특급 공격수를 무력화시키는 블로킹. 뛰어난 미모에 털털한 성격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이쯤되면 '월드 스타'라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주인공은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대들보 김연경(23·페네르바체)이다.
김연경은 16일 선수단과 함께 폴란드에서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3주차 예선(19~21일·일본 아리아케 콜로세움)이 열릴 일본 도쿄로 이동했다. 이날 숙소인 도쿄 베이 아리아케 워싱턴 호텔에서 만난 김연경은 시차적응 탓인지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막 잠에서 깬 상태였다. 그래도 인터뷰에선 예쁘게 나와야 한다며 머리를 정돈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20대 초반 소녀였다.
비결은 완벽한 분석 덕분이란다. 김연경은 "미팅 때 전력 분석을 많이 한다. 특히 세밀한 분석을 하는 일본에서 뛸 때 많이 배웠다. 여유로움을 갖다보니 스파이크할 때 길이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머지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못해 어쩔 수없이 김연경에게 공격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연경은 "예전부터 나에게 공격이 몰리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부담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이젠 공격이 몰려도 해야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일본에 와서 가장 반가웠던 것은 밥과 김치였다. 선수들은 폴란드에 도착해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국에서 부친 짐의 일부가 도착되지 않은 것이었다. 특히 그 중 하나는 김치 등 반찬이 들어있는 소중한(?) 가방이었다. 김연경은 "반찬 가방이 없어졌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다 알아서 자신이 먹을 방법을 강구하더라"고 회상했다.
남자친구 사귈 시간도 없다. 그동안 대표팀과 소속팀을 병행하며 경기에만 집중했다. 특히 올해는 그랑프리(8월), 아시아선수권(9월), 월드컵(11월) 등 국제대회만 3개에 참가해야 한다. 여기에 새로운 도전을 펼칠 터키 리그도 10월에 개막한다. 김연경은 "빡빡한 일정이다"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일단 배구가 먼저다. 남자친구 사귀는 것은 나중 문제"라고 했다. 이어 "솔직히 힘든 것을 느낀다. 외국을 나가면 예전보단 몸살도 앓고 체력 회복이 늦다. 그러나 힘든만큼 나중엔 댓가가 오지 않을까"라고 반문하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최근 부적이 하나 생겼다. 5월 휴식을 취할 때 하와이에서 고래 꼬리 모양의 목걸이를 샀단다. 김연경은 "다들 뜻이 좋다고 해서 부적으로 삼을만 하다. 좋은 기운을 가져다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도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