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1승 기원 TV앞 '氣 모으기' 덕봤네
기사입력 2000-11-29 13:55
녥…"오늘 우리 경기 TV중계하니까 꼭 보세요."동양 오리온스 프런트는 28일 대구 현대전에 앞서 동양그룹 계열사에 전화를 거느라 바빴다. 체육관에는 오지 않더라도 중계방송을 보며 응원을 해달라는 부탁전화였다.
정태호 단장이 "때마침 TV 중계를 하니 한사람의 기(氣)라도 모아보자"고 제안한 것. 직원들은 "11연패를 해서 창피하다"고 말렸지만 단장으로 취임하던 지난 16일부터 6연패를 거듭해온 정단장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밀어부친 것.
정단장은 또 선수단 업무를 맡고 있던 김백호 팀장을 마케팅 지원파트로 임시발령， 관중동원 목표치를 보고토록 하고 체육관 열기를 높이기 위해 치어걸들을 관중석 사이사이에 배치시켰다. 또 농구에서 용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 착안， 마이클 루이스와 토시로 저머니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김학수씨를 대구로 초청해 "당신네 선수 응원을 오라"고 협박아닌 협박을 하기도 했다.
또 대전에 출장왔던 박인규 전임단장이 대구체육관까지 원정응원을 왔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한표 한표에 따라 당락이 엇갈렸듯이 정단장이 끌어모은 '기' 덕분인지 조짐도 좋았다.
정단장의 큰딸이 28일 오전 "오늘 아침 신문에 미식축구(NFL) 팀 가운데 11연패 끝에 첫승을 올린 팀이 있다"며 11연패팀의 '국제흐름'을 알려주기도 했다.
28일 대구체육관에는 전날까지의 올시즌 평균관중 2668명보다 훨씬 많은 3023명이 입장， 오리온스의 연패탈출을 뜨겁게 응원했고， TV 앞에서는 동양그룹 직원들이 승리의 기를 모아줬다.
결과는 시소게임 끝에 97대86의 역전승.
정단장의 핸드폰은 '데뷔 첫승'을 축하하는 음성메시지， 문자메시지로 가득찼다. 정단장과 김홍국 사무국장， 프런트는 그날밤 눈물을 보기도 민망하고 보여주기도 창피해 서로의 눈을 피해다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