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하면 우리는 강태공(姜太公)을 쉽게 떠올린다. '낚시의 명인'으로 잘 알려진 강태공은 3000여년전 위수(渭水)라는 강가에서 한가로이 낚시를 하다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중국 주나라 문왕에게 발견돼 등용되면서 재상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산동성 사람인 강태공의 본명은 여상(呂尙)이지만 문왕의 아버지인 태공이 미리 그의 출현을 바라고 있었다고 해서 태공망(太公望)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강태공은 우리에게 낚시로 더 잘 알려져있지만 병서(兵書)의 고전으로 유명한 '육도'의 저자로 전해지고 있는 뛰어난 병법가였다. 강태공은 곧은 바늘로 세월을 낚았다고 하지만 온갖 스트레스로 심신이 찌든 현대인들에게 낚시는 정신적 안정과 심신의 피로를 씻기에는 더없이 좋은 레저스포츠다. 사실 던지고 때리고 달리는 6개월여간의 장기레이스를 펼치는 프로야구선수들에게 낚시는 언뜻 잘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간 동적인 운동을 하는 프로야구선수들에게 정적인 낚시는 어느 레저스포츠보다도 더 효과적인지도 모른다. 이 때문인지 낚시를 즐기는 프로야구선수들이 해마다 늘어가고 있고， 구단들도 선수들에게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 주고 있다. 8개구단 가운데서는 항구도시 부산을 메인 연고지로 하는 롯데가 낚시대회를 정례화하고 있다. 롯데는 80년대 중반부터 전통적으로 시즌이 끝나면 구단의 공식적인 납회 외에 선수단 상조회가 주최하는 낚시대회를 열어 친목을 다져오면서 이제는 '부산 사나이'들만의 독특한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롯데선수들은 96년 5위에 이어 최하위로 추락한 97년에는 낚시행사를 중단하고 썰렁한 겨울을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98년 팀 최초로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자 상조회 회장인 박정태를 중심으로 팀 분위기 쇄신과 선후배간의 우의를 다지기 위해 한해가 저무는 98년 12월 2년만에 낚시대회를 부활했다. 롯데는 올해도 29일부터 1박2일간 경남 통영시 마리나 리조트에서 한해를 마무리하고 2001시즌을 대비하는 선수단 납회를 겸한 낚시대회를 갖는다. 롯데 외에 삼성은 직원들간의 친목도모를 위해 낚시대회를 연례행사로 열고 있는데 올해는 지난 17일 포항 구룡포에서 1박2일간 열렸다. 낚시를 즐기는 선수들로는 역대 최고몸값으로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에 진출하는 정민태(30)를 비롯해 현대의 조규제 박경완 김광림 안병원， 두산 이혜천 등이 손에 꼽힌다. 22연승 신화의 주인공인 박철순씨는 96년 선수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뒤 맨먼저 경기도 용인의 단골 낚시터를 찾았고， 한화 이광환 감독은 야인시절 제주도에서 낚시로 재기의 발판을 다지기도 했다. 올해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주저앉은 롯데와 삼성， 4년만에 사령탑에 복귀한 이광환 감독， 그리고 일본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펼치게 되는 정민태 등 낚시광들. 낚시에서 기다림의 미학을 배운 이들이 내년시즌에는 어떤 승부를 엮어낼지 궁금하다. 〈부국장 joyg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