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경사났네" - 김병현 "껄끄럽네"
기사입력 2000-11-26 10:30
〈보스턴＝김우석 특파원〉 "옛다， 사고뭉치 받아라."한국인 선수를 겨냥한 '독설'로 악명을 떨치던 시카고 커브스 1루수 마크 그레이스(36)가 두 한국인 선수와 묘한 '삼각관계'에 빠졌다. 순전히 한국인 선수들과의 질긴 '악연' 때문이다.
프리에이전트인 그레이스는 조만간 애리조나 입단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애리조나의 제리 콜란젤로 구단주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대통령이 결정나기전 그레이스는 우리팀과 계약할 것"이라고 자신했게 밝혔다. 현지언론은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는 28일쯤 계약 사실이 발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레이스의 이적은 최희섭(20ㆍ커브스)에게는 데뷔후 최대의 경사다. 붙박이 1루수가 사라졌으니 적당한 시기에 빅리그로 올라가는 일만 남게 된 셈이다. 그레이스는 지난 9월 "최희섭을 나 대신 투입하면 (앞타석의) 새미 소사는 4구를 300개는 얻을 것"이라며 잔뜩 심술을 부리기도 했다.
팀메이트가 될 김병현(21ㆍ애리조나) 역시 악몽뿐이다. 그 유명한 '파스 퇴장 사건' 당시의 '고발자'가 바로 그레이스였다. 김병현은 지난해 6월10일 홈 커브스전서 8회 투구직후가 아닌 이닝이 끝난뒤 덕아웃에서 퇴장당했는데， 공수교대후 그레이스의 항의가 없었다면 '슬쩍' 넘어갈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다.
그러나 정작 김병현을 분노케 한 것은 그의 반응이었다. 그레이스는 경기직후 인터뷰에서 "이제 20세인 루키가 부정행위부터 배운다"고 직격탄을 날렸는데， 김병현은 "그는 미쳤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레이스가 '악의 화신'은 아니다. 지난 13년간 '미스터 커브스'로 불리며 새미 소사와 함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로 꼽히는 성실한 대스타다. 그저 한국인 선수들과의 악연이 모질었을 뿐이다. 하필이면 그 한국인들이 광주일고 동기동창에 국가대표까지 함께 지낸 최희섭과 김병현이다. 운명이 참 얄궂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