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내사랑 달구벌"
기사입력 2000-11-24 10:30
'삼성은 떠나도， 김기태는 남아라!'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온 삼성 김기태(31)가 대구 지역정서에 발목을 잡혔다.
김기태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구팬들의 반응. 10시즌을 꼬박 뛰고 얻은 FA 신분이지만 "제발 삼성에 남아달라"는 한목소리에 다른 팀으로 이적하고픈 의지는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
삼성상용차 퇴출과 관련， 대구 지역에는 연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상용차 직원들의 항의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삼성제품 불매 운동까지 벌어질 태세다. 프로 원년， 달구벌에 둥지를 틀고 19년 동안 이어져온 '라이온즈'란 이름도 거센 반삼성의 물결에 흔들리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7년간의 쌍방울 시절을 접고 파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지 3년째인 김기태만은 행복에 젖어 있다. 다년계약을 포함한 구단과의 몸값 흥정으로 골치가 아플만도 하지만 자신을 원하는 대구팬들의 목소리를 확인했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 "팬이 있는 곳에서 야구를 하는 것 만큼 신나는 일은 없죠." FA 신분상 몸값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어야할 곳에 있고 싶다'는 의지가 훨씬 강하다.
대구팬들은 올시즌 김기태의 야구센스와 리더십을 확인했다. '사자 군단'이 연패에 빠져 허덕일때 '삭발 결의'를 이끌며 13연승이라는 신바람 행진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똑똑히 목격했다. 이승엽과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는 아니지만 김기태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삼성 선수단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이 증명됐다.
외국인선수 영입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김재하 단장이 돌아오는대로 김기태의 '삼성 잔류'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내 실력에 맞는 몸값을 받겠다. 더 받았다는 얘기도， 덜 받았다는 말도 듣고 싶지 않다"는 김기태에게 올겨울은 어느해보다 포근한 계절이 될 전망이다. 〈대구＝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