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축구 살리기의 정점에는 외국인 지도자가 자리잡고 있다. 외국인 감독만이 한국축구를 회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국가대표팀과 14세-16세이하 청소년팀은 물론， 19세이하 청소년팀에도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지도자들의 이름을 거명했다간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이러다간 우리 선수들은 모두 외국인한테 지도를 받아야 할 판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국내 지도자들의 권위가 추락하고 있는 것은 한국축구의 풍토를 되돌아볼 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한 축구인의 넋두리는 국내에서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지도자수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잘 대변해주고 있다. "코치를 운전기사 겸 개인비서로 쓰고있어요. 심부름하느라 축구지도 기술을 배울틈이 없습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엄연한 한국축구의 현실이다. 올시즌 부천 SK 조윤환 감독이 대한화재컵 우승， 정규리그 준우승을 일궈내며 불과 39세의 나이에 '명장' 소리를 듣고 있다. 이런 성공신화의 뒤에는 외국인 감독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러시아출신 니폼니시 감독 밑에서 4년동안 선진축구를 배워 지도자의 기초를 착실히 다질 수 있었다. 이때문인지 그는 틈만나면 "나는 행운아"라고 말한다. 조윤환 감독의 성공사례는 외국인 지도자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한국 축구계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온 국민의 관심을 모은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네덜란드출신 히딩크 감독이 내정됐다. 이제 더 이상 크라머， 비쇼베츠 감독의 예처럼 외국인감독 흔들기가 있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우리 지도자들도 그들에게 배울 건 배워야 한다. 외국인 감독 영입은 제2의 조윤환을 배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체육부 김용 기자 y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