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왼손 에이스 주형광(24)은 요즘 무슨 생각을 할까. 최근 일본 지바 롯데로부터 '영입 포기' 의사를 전해 들었다. 내심 새로운 모험에 도전해 보고 싶었는데 물거품이 됐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여기면 그만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남았다. 정민태(현대)와 구대성(한화)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타구단을 보면서 손을 놓고 뒷짐만 지는 롯데에 허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다 내탓이다. 직접 팀을 고를만큼 실력을 키우겠다." 아픔을 딛고 새롭게 공을 잡은 주형광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스포츠 마케팅과는 담을 쌓은 것처럼 보였던 롯데에 가능성이 엿보인 것은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다. 지난 21일과 22일 LA 다저스 박찬호는 롯데호텔서 국내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1일 도어맨'과 '1일 총지배인'으로 활동했다. 메이저리그 18승에 빛나는 '대한 건아'. 롯데호텔이 국내 유수 호텔들을 제치고 박찬호에게 무료로 초특급 스위트룸을 내줄만 했다. 엄청난 홍보효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더욱 놀라운 사건은 신격호 롯데 회장이 친히 두차례 박찬호와 환담을 갖는 자리를 가졌다는 사실. 당초 주형광의 일본진출에는 호재가 많았다. 일본 지바 롯데와 한국 롯데는 신회장이 주인인 자매구단. 복잡한 절차가 필요없다. 말 한마디면 'OK'다. 결국 지난 94년 롯데에 입단해 96년 다승왕(18승)을 비롯， 7년간 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주형광에겐 소홀했다는 얘기다. 주형광은 임대형식이 유력했다. 어차피 선진야구를 배우고 돌아오면 한국야구의 자양분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미국 에이스와 한국 에이스를 단순비교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야구부 박재호 기자 jh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