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진 '쓸쓸한 퇴장'
기사입력 2000-11-22 11:30
LG 김선진(33ㆍ사진)의 표정이 어둡다. 겉으로는 웃어보이지만 막막한 속마음은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90년 입단， 11년 동안 몸담았던 LG로부터 날아온 방출 통보. 지난 20일 정들었던 유니폼을 구단에 반납했다. 오후에는 '비활동 기간 동안 팀훈련 불참' 논의를 하기
위해 모였던 후배들을 찾아 이별의 말을 전했다. 하루가 왜 그리도 길었던지.조금 섭섭하다. 올해 시즌초를 빼고는 쭉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주장을 맡았기 때문에 팀을 따라다니며 뒷바라지를 했다. 잡고싶은 방망이를 놓고 배팅볼을 던졌고 시무룩한 후배들이 보이면 어깨를 다독거렸다. 1∼2년 더 선수로 뛸수도 있지만 내년부터는 후배들과 팀을 위해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올시즌이다. 벤치도 그런 김선진의 생각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아무런 이야기없이 "유니폼을 반납하라"는 구단의 통보가 더욱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다.
김선진은 "은퇴를 하고 팀을 위해서 할일이 많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디 아픈 것도 아니고 체력도 자신이 있으니까 다른 팀에서라도 불러준다면 열심히 뛰고 싶다"고 말한다.
94년 태평양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연장 11회에 터뜨린 끝내기 홈런. 아직도 생생한 그때의 기억이 남아있는 팀을 떠나야 하는 김선진이기에 발길이 쉽게 떨어지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