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장외] 옛친구들 감동시킨 조성민의 청첩장
기사입력 2000-11-20 11:30
…"(박)재홍아， 우리가 함께 태릉선수촌 뒷동산에서 장난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 내가 장가까지 가는구나."
"(임)선동아， 다시 최고의 투수로 일어서다니 정말 축하한다. 네가 자랑스럽다."
1m90의 '거인' 조성민(27ㆍ요미우리)은 이런 남자다. 애교만점의 톱스타 최진실을 평생 파트너로 맞이하는 까닭일까. '프리티 커플'을 자부하는 두 스타는 1200여통의 청첩장을 나란히 마주앉아 직접 썼다.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함께 했던 선후배와 동기들이 줄줄이 초대를 받았다. 담아낸 글씨야 그저그랬지만， 잊고있던 추억 한조각씩을 용케 기억해 버무려놓은 글솜씨는 옛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고 보니 선수촌 근처에서 땡땡이도 치고， 투닥거리고…. 꽤 많은 생각들이 나더라구요."
현대 박재홍은 조성민과 줄곧 대표팀 한솥밥을 먹었다. 한국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하면서 그때의 기억은 벽장속에 던져두고 살았다. 일본까지 가서 더 힘들게 뛰었을 동기가 생생하게 그때를 추억하는 걸 보니 "역시 밖에서 더 이곳이 그리워지는 모양"이라며 끄덕인다.
정작 조성민과 가장 친한 두 사람은 그의 글을 받지 못했다. 고려대 선배 심재학(현대)과 동기 홍원기(두산). 조성민은 심재학 대신 그의 아버지에게 청첩장을 썼다.
"늘 보살펴주셨던 것처럼 꼭 축복해주세요."
홍원기는 괜히 툭툭 어깨를 몇번 맞았다.
"넌 손님이 아니야. 와서 일이나 해라."
잔뜩 팔품을 팔아 온데서 손님을 불러 놓았으니 뒷감당이 걱정되는 것이 당연. 야구계 인사의 장내정리는 반달곰 '팔뚝부대'의 당당한 일원， 홍원기가 맡는다. 〈이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