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의 여권에는 입，출국 스탬프가 빼곡이 차 있다. '컴퓨터 링커'라는 명성을 얻었던 선수로서의 축구인생에 종지부를 찍고 지도자로 새로운 출발을 한 지난 88년 독일과 프랑스에서 1년간 축구 유학을 한 것을 시작으로 틈 날때마다 브라질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축구 선진국을 돌아 본 발자취들이다. 조감독이 이 나라들을 찾아다니며 보고 배우려 한 것은 지난 86년 멕시코월드컵에 참가했을 당시 느꼈던 '기술축구의 부족'을 만회할 수 있는 지도방법. 정교한 기술이 없어서는 세계축구판에서 한국축구가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조감독은 그 해법을 94년에 방문한 '기술축구의 종가' 브라질에서 찾았다. 브라질 프로팀의 훈련장과 유소년클럽의 연습장을 돌아보며 보고 느낀 바는 '이들도 발재간을 타고난 것이 아니다'라는 것. 남미특유의 유연성은 한국선수들에 비해 뛰어났지만 세계를 놀라게 한 개인기의 대부분은 훈련방법에서 길러진 것이었다. 30m의 폭안에 양팀 22명의 선수들을 몰아넣고 하는 '라인 스톱게임' 등 다양하고 재밌는 훈련 방식은 선수들이 저절로 기술축구를 습득하게 하고 발재간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또 체력훈련을 한 번 하더라도 한국에서 처럼 운동장 트랙을 10∼20바퀴 뛰도록 하는 전근대적 훈련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점핑 헤딩 드리블링 등 다양한 코스를 만들어 체력훈련과 기술훈련을 더불어 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98년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를 찾았을 때는 특히 유소년 클럽팀에서 행해지고 있는 수비훈련방법에 주목해 어릴 적 부터 어떤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수비의 개념을 심어 주는지를 보고 배웠다. 한국 수비의 대명사인 맨투맨 수비교육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수비조직력의 개념을 깨우치는 데 몰두하는 이탈리아의 훈련방식은 정말 배울만한 가치 있는 것이었다. 조감독이 느끼고 배운 기술축구에 관한 모든 것들은 98년 12월 안양을 맡은 후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수됐고 산뜻한 기술축구와 탄탄한 수비로 정규리그 우승의 수확을 일구는 밑거름이 됐다. 〈추연구 기자 pot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