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억원 시대가 1년만에 무너진다.
　올시즌 3억1000만원을 받은 현대 정민태가 요미우리로 떠나는 바람에 3억원으로 국내 최고 연봉타이틀을 승계한 삼성 이승엽(24). 맨먼저 3억원 시대를 개척했지만 한해를 넘기지 못한채 2억원대로 후퇴할 전망이다.
　삼성이 최근 작업을 끝낸 올시즌 연봉고과표에 따르면 이승엽은 '삭감대상자'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헌도를 따지면 김진웅 진갑용 임창용에 이어 4번째를 기록했지만 연봉대비 팀공헌도에 있어선 평균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고과표를 기준으로 순수 삭감률은 20% 안팎. '국민타자'라는 상징성을 무시하고 이 삭감률을 적용할 경우 이승엽은 내년 연봉이 2억4000만원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물론 이승엽의 연봉이 고과표에 따라 조정될 지는 속단하기 힘들다. 스타들이 해외로 떠난 상황에서 프로야구의 간판타자로 자리를 굳힌데다 삼성의 '얼굴'이라는 특수성을 지닌 까닭에 재조정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그러나 구단 상층부의 기류는 강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단에선 "누구를 막론하고 연봉은 고과표를 기준으로 작성되는게 원칙이다. 이승엽도 예외는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구단의 방침대로라면 지난 95년 입단 이후 올해까지 연봉이 수직상승을 했던 이승엽으로선 입단 7년만에 처음으로 깎이는 아픔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승엽은 첫해 2000만원으로 시작해 연봉이 4000만원(96년)→6500만원(97년)→8500만원(98년)→1억1000만원(99년， 보너스 1000만원 별도)→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승엽이 삭감대상으로 분류된데는 올시즌 부진한 성적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 36홈런을 때린 이승엽은 125경기에서 2할9푼3리로 3할대 진입에 실패했고， 개인타이틀은 올해 신설된 득점부문(109개)이 유일하다. 54홈런을 앞세워 홈런 타점 출루율 장타율 등을 휩쓸었던 지난해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 이승엽 연봉 추이

〈대구＝권정식 기자 js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