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손혁, 복귀 팽팽한 줄다리기
기사입력 2000-11-13 11:30
"그래도 호랑이굴은 싫다."(손 혁)
"무조건 들어와라."(해태)
LG측의 트레이드에 반발하며 지난 3월 야구장을 떠났던 손 혁의 아버지 손재정씨와 새로 해태의 지휘봉을 잡은 김성한 감독이 13일 광주에서 회동했다. 그러나 양측은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헤어졌다.
손씨는 이날 만남에서 "혁이가 한시즌을 쉬면서 야구장을 무척 그리워하고 있다. 그렇지만 '해태 유니폼은 싫다'는 고집은 꺾지 않는다"며 아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 4월 해태측으로부터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된 뒤 미국으로 건너갔던 손 혁은 고려대 선배인 이상훈(보스턴) 등 가까운 사람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구가 하고 싶다"는 뜻을 수차례 피력했다. 하지만 해태에서 선수생활을 한다면 LG의 트레이드를 스스로 받아들인 셈이 된다는 게 손 혁의 마음이다.
이에 김성한 감독은 이날 "사령탑 취임 이후 기회있을 때마다 밝혔지만 손 혁의 재트레이드는 없다"며 항간에 떠도는 트레이드설을 일축했다. 김감독은 "손 혁이 야구를 다시 한다면 해태의 유니폼을 입은 상태일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양측의 이날 만남을 '명분찾기'의 수순으로 보는 견해도 적잖다. 취임 이후 김감독이 상대적으로 약세인 공격력 강화를 여러차례 밝힌 만큼 손 혁을 원하는 한화 등으로의 삼각 트레이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손 혁에게 일단 내년시즌 초반만 해태에서 뛰게 한 뒤 타팀의 슬러거와 맞바꾸는 방안은 양측 모두에게 명분을 줄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될 수 있다는 것.
손 혁이 그라운드 복귀를 희망하고 있는 이상 그의 거취는 조만간 해결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